김일현 정치부장

“전북 무시에 대한 한탄을 누구에게 해야 하나?” “박근혜 정부가 앞으로 전북을 더 무시하지 않을까?” 국회의원으로 선출해 준 이유가 어디에 있느냐고, 이른 아침 전주의 한 시민이 전화를 걸어왔다.

얼마나 답답했으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지도 않았는데 이 같은 말을 다 했을까.도민들의 걱정과 근심이 지역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고 있지만, 정작 민주통합당 도내 국회의원들은 꿀 먹은 벙어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전북에서는 여당이고 집권당이다. 그러나 박근혜 당선인의 전북 홀대 인선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도민들의 근심과 우려를 잠재워줄 만한 ‘행동’도 없다.

지난 18일 의원들 모임에서 의원들은 차기 도당 위원장을 연임하느냐, 아니면 경선하느냐, 최고위원 선거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정치적 문제에 관심을 기울였다.

도민들이 박근혜 정부의 ‘독선’과 ‘전횡’, 전북 무시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시점인데도 이에 대한 울분의 목소리, 그에 따른 행위가 이어지지 않았다.

20일쯤 되면 적어도 박근혜 당선인에게 보내는 경고문 정도는 채택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도민들은 지난 대선에서 13.2%의 득표율을 보냈고 박 당선인으로부터 그에 상응한 보은을 내심 기대했다.

타 시도에 비하면 10%대의 득표율은, 내놓고 자랑할 수치는 아니지만 호남이라는 특수성에서 그 수치는 존중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恨)이 서린 호남에서, 박 당선인이 10%대의 득표율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전북의 뒷받침 덕분이었다. 박근혜 당선인은 첫 정부의 청와대와 정부부처 인사에서 단 한 명의 전북 출신을 기용했다.

최측근인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을 보건복지 장관에 내정했을 뿐이다. 진 부위원장은 전북 출신이지만 지역 민심을 완전히 체득하고 있는 인사는 아니다. 그는 지역을 떠난 지 오래 됐다.

전북에 대한 열정적 애정은 인정받고 있지만 도민들이 진정 원하는 것, 가려운 것이 무엇인지는 알기 어렵다. 지역균형 발전과 대탕평을 외쳐온 박 당선인의 평소 소신을 되짚어 보면 전북은 이번 인사로, 속된 말로 완전히 물을 먹었다.

문제는 박 당선인의 이번 인선을 보면 앞으로 전북이 더 곤란에 처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제 국회의원들이 나설 차례다. 박 당선인은 손톱 밑 가시를 빼야 한다고 누차 강조했다.

박 당선인이 전북의 손톱 밑 가시를 빼 주지 않는다면 당연히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 도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국회의원들이 아니면 누가 대변한단 말인가.

/김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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