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선 첫 수필집 '지나온 시간은 모두 선하다'

“왜 우리 전북지역 수필가 가운데에서는 김용택, 안도현 같은 유명한 작가들이 보이지 않는가?” 얼마 전 자리를 같이 한 중진 작가는 전북문단에 좋은 수필작품이 보이지 않는다며 조심스러운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문학지를 통해 거의 매달 10여 명씩 배출되는 수필가들이지만 작품 수준을 볼 때 신변잡기 수준에 머무르는 작품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정선(71)의 첫 수필집 『지나온 시간은 모두 선하다』(수필과비평사)는 잘 만들어진 수필들로 가득 차 있다.

지난 1991년과 1999년 ‘월간 에세이’를 통해 두 차례의 추천을 받았고 지난 2006년 ‘월간 한국시’ 시 신인상을 받을 만큼 수필과 시에서 탄탄한 실력을 쌓은 그의 솜씨는 “수필이 시와 함께 공유하며 완벽하게 어우러질 수 있다니 정말 드문 일이고 놀라운 일이다”(호병탁)는 평가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다.

최정선은 또 시인이자 수필가 이전에 문학 비평가이기도 하다. 원광대, 전주대, 우석대, 인천전문대학에서 강의를 맡았던 해박한 이론가이기도 하다.

작품마다 엄정한 문장 한 구절 한 구절은 빈틈이 없고, 작품에 내재시킨 많은 문학 장치들 또한 미학적 효과를 제고하여 빛을 발하고 있다.

호병탁 시인은 “최정선의 글에는 예의 ‘대나무’ 같은 근본과 기품이 배어 있다. 그런 바탕 위에 심미적 예술성에 철학적 사상성이 혼연일체를 이루는 글을 만든다.

작가는 자신의 글이 지나치게 예술성에 치우칠 때 그것은 환상적인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고 철학성이 치우칠 때 그것은 추상적 논리에 빠지고 만다는 것을 환히 알고 있는 사람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수필집에 모두 43편의 수필을 골라 실었다.

오래된 문단 이력에도 이제야 수필집을 내는 것은 “지금껏 나를 보살피고 있는 ‘시간’에게 마음 한 곁을 열어 보이기 위함”이라며 “그동안 전북문단의 많은 선, 후배 문인들께 받은 무거운 책 빚을 이제야 이 부끄러운 책 한 권을 올려 갚으려 한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그는 이번 수필집에 이어 첫 시집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수필집 표지와 각 부의 시작을 알리는 지리산의 사계절 풍경은 형부인 박환윤 사진작가(한국사진작가협회 회원)의 작품이다.

최정선 작가는 원광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문예가족 동인, 전북여류문학회, 석정문학회, 전북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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