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고심, 벌금형 원심파기 전주지법 환송사건 무죄

경찰이 음주 운전자를 체포할 때 체포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등을 반드시 알려야 한다는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고 불법 연행했다면 자발적 음주측정 결과도 유죄 인정의 증거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미란다 원칙’은 경찰이나 검찰이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기 전에 반드시 변호인 선임권과 진술 거부권 등 피의자의 권리를 알려야 하는 원칙이다.

18일 전주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 14일 대법원은 음주 교통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김모(54)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 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스스로 혈액채취로 음주 측정을 할 것을 요구해 검사가 이뤄졌다고 해도 위법한 체포상태에 의한 영향에서 완전히 배제되고 피의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확실히 보장됐다고 볼만한 사정이 없다”며 “불법체포와 증거 수집 사이 인과관계가 단절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적법 절차를 무시한 강제연행은 불법 체포이며, 이를 통해 이뤄진 음주측정은 물론 자발적인 음주 측정도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김씨는 지난 2008년 12월 12일 군산 모 회집에서 회식을 마치고 주차장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운전하다 골목길에 주차돼 있던 차량의 사이드미러를 부딪히는 사고를 냈다.

이에 김씨는 피해 차량 주인과 시비가 붙었고,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씨에게 음주측정을 위해 지구대 동행을 요구했지만 김씨는 순찰차 타기를 거부하다 강제 연행된 뒤 구속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자발적으로 음주 측정에 응해 기소됐고,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는 유죄를 선고 받았다.

한편, 전주지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우선 보장한 판단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윤승갑기자 pep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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