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 홍지서림 인근에 25년째 터를 잡고 있는 '호성 일식' 45년 경력의 일식 전문 요리사 박상오 사장과 부인 박복례 씨.

바람에 어느덧 봄내음이 묻어난다. 땅에서도, 나뭇가지에서도 푸릇한 봄기운이 꿈틀거리는 요즘이다.

움츠렸던 몸을 펴고 나들이 떠나기 좋은 계절이 성큼 다가온 것. 이럴 때 가벼운 옷차림으로 전주한옥마을을 찾아 겨우내 기다렸던 봄을 맞이하고 숨은 맛집에서 잃었던 입맛을 되살리는 건 어떨까.이에 맛의 고수들이 한옥마을에 오면 생각난다는 그 집, 소박하면서도 봄기운처럼 따뜻함이 느껴지는 ‘호성일식’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전주시 경원동2가 홍지서림 인근에 25년째 터를 잡고 있는 ‘호성 일식’.언뜻 보기에 일반 식당과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다 한옥마을 이미지와 동떨어져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그렇지 않다.

곳곳에 묻어나는 세월의 흔적과 나이 지긋한 단골까지 전통이라는 이미지를 함께 가지고 가는 곳이다. 특히, 차려 내오는 음식에서 ‘어머니의 손맛’까지 느낄 수 있는 만큼 한옥마을의 푸근함과 어울릴 뿐만 아니라 숨은 맛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에 맛 고수들도 한옥마을에 오면 생각나는 집으로 이곳을 꼽는구나 싶다.

강산이 두 번 반 이상 변하는 동안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주인 내외의 정성과 맛이라고 하니 당연한 건지도.이곳의 맛은 45년 경력의 일식 전문요리사 박상오 사장이 책임지고 있다.

그는 베테랑 중의 베테랑으로 조리 실력뿐만 아니라 단골들의 식습관까지 모두 파악할 정도로 세심하고 정이 넘친다.

더욱이 맛에 대한 원칙은 칼을 잡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다고 자신하는 그는 신선한 횟감을 공수하기 위해 여전히 군산, 부안 등을 직접 다니며 발품을 판단다. 하지만 진짜 맛은 반찬을 담당하는 부인 박복례 씨의 손맛에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반찬이나 간단한 안줏거리마다 ‘어머니의 손맛’을 맛볼 수 있기 때문. 특히, 김치는 단골들뿐만 아니라 먹어본 이들 모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의 맛이란다. 오랜 세월만큼이나 단골들의 호성일식 자랑은 끊이지 않는다.

 


 

회와 함께 곁들어 나오는 옥돔구이

가게에 들어와 단골들의 맛 평가를 듣는 동안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호성일식 대표메뉴인 ‘회’. 특히, 광어, 도미, 농어 등을 모두 맛볼 수 있는 ‘사시미(1인분 4만5천원)’가 인기다.

두툼한 회 한 점을 고추냉이 장에 찍어 맛보니 저절로 젓가락이 움직인다. 보통 4시간 이상 저온숙성시킨 ‘선어’를 사용, 쫄깃한 식감과 생선 고유의 감칠맛이 일품이다.

그렇다고 다른 음식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건 아니다. 회와 함께 곁들어 나오는 옥돔구이, 키조개 관자회, 연어 등 제철을 맞이한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 등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제철을 맞이한 신선한 해산물과 채소 등이 식욕을 더욱 자극한다. 마지막에 나오는 탕까지 어느 것 하나 손이 안가는 음식이 없다.

마지막에 나오는 얼큰한 탕까지 어느 것 하나 손이 안가는 음식이 없다. 여기에 이곳의 또 다른 대표 메뉴인 ‘오뎅탕’을 빼놓을 수 없다. 보기에도 푸짐한 오뎅탕(1인분 1만2천원)은 10월부터 3월까지만 맛볼 수 있다.

진한 육수에 어묵, 우엉 튀김, 두부, 달걀, 유부 등이 어우러진 오뎅탕은 그동안 쌓인 피로까지 씻어 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육수는 다시마, 멸치, 무 등을 넣고 푹 끓인 기본 육수에 이 집만의 비법 재료와 양념을 넣어 오랜 시간 더 끓어내 만든다.

 

이곳의 또 다른 대표메뉴인 '오뎅탕'을 빼놓을 수 없다.

부부의 정성까지 더해져서 그런지 국물 한 방울까지도 남기는 이가 없을 정도다. 이제야 단골들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4월부터 찬바람이 불기 전까지는 비법 양념이 곁은 회덮밥과 윤기가 흐르는 밥에 두툼한 선어를 올린 초밥이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민어, 대구, 생태탕 등도 꾸준히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  박 사장 부부는 “정직하게 내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해서 인지 오랫동안 찾아주는 분들이 많다”며 “일식집으로 신선도가 생명인 만큼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쓰는 게 우리 집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를 이어 오는 단골을 보면서 더 정성으로 대접하고 싶다. ‘맛있게 먹었다’는 말을 듣는 게 우리의 보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성아기자 tjd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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