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원의 ‘문화비평’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 음원집계 사상 초유의 기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OSEN 3월21일자 기사 ‘‘벚꽃엔딩’, 1년 지났는데 차트 재등장 ‘이례적’’은 “1년 전 발표된 밴드 버스커버스커의 곡 ‘벚꽃엔딩’이 다시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례적으로 재등장했다”면서 “버스커버스커는 21일 오전 7시30분 기준 ‘벚꽃엔딩’으로 대표적인 음원사이트 멜론의 실시간차트에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 밖에 올레뮤직, 싸이월드뮤직에서는 1위를 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에서도 언급됐듯, ‘벚꽃엔딩’은 지난해 3월29일 발표된 ‘1년 묵은 노래’다.

물론 1위 탈환까진 아니어도 ‘묵은 노래’가 갑자기 순위 상승하는 경우는 그리 드물지 않다. 지난해 9월 둘째 주 가온차트 디지털종합순위만 봐도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 갑자기 순위권 밖에서 153위로 등장한 바 있다. 그 다음 주엔 65계단 더 올라 88위까지 랭크됐다. ‘고백’은 2003년 발표된 델리스파이스 5집 ‘에스프레소’ 수록곡으로, 연수로 따지면 당시 ‘9년 묵은 노래’였다.

그러나 이런 경우 언제나 원인점은 뚜렷하다. 주로 미디어와의 관계에서 이런 현상들이 발생한다. ‘고백’만 해도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인기리에 방영된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7’ OST로 사용되면서 갑작스레 관심도가 높아진 경우다.

그런데 ‘벚꽃엔딩’엔 그럴만한 요인이 없다는 게 문제다. TV나 영화 등에서 OST로 사용된 적도 없고, 그간 화젯거리라 봤자 2월28일 열린 제10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벚꽃엔딩’이 최우수 팝노래로 선정된 점, 그리고 3월5일 버스커버스커가 신생기획사 청춘뮤직과 전속계약을 맺었다는 점 정도다. 새롭게 관심을 끌만한 소식도 아닐뿐더러, 모두 ‘벚꽃엔딩’이 급부상한 시점보다 뒤의 일들이다.

그럼 대체 원인이 뭘까. 암만 봐도 이해가 안 가니, 각 미디어들은 일목요연하게 한 가지 지점만 파고들고 있다. 이른바 ‘봄의 캐럴’론이다. 뉴스엔 3월20일자 기사 ‘1년만에 다시 1위 버스커 ‘벚꽃엔딩’ 봄의 캐롤 되나’는 “버스커버스커가 지난해 3월 발표한 ‘벚꽃엔딩’이 1년 만에 다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벚꽃이 피는 봄이 다가오면서 대중들의 마음이 또 한 번 ‘벚꽃엔딩’으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심지어 기사는 익명의 가요관계자 입을 빌어 “잠깐의 유행을 넘어 매년 봄이면 ‘벚꽃엔딩’이 인기를 끌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말 그대로 ‘봄의 캐롤’이 된 것 같다”고까지 내다봤다. “이와 같은 현상은 매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처럼 ‘봄의 캐럴’이란 별칭까진 붙이지 않았더라도, 이외의 원인점을 제시한 기사는 현재까지 단 하나도 없다.

그러나 이 같은 ‘봄의 캐럴’론은 어딘지 어색한 구석이 있다. 크리스마스 캐럴 대표주자로 꼽히는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상황과 비교해보자.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는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음원차트에 재진입하는, 이른바 ‘시즌 스테디셀러’다. 그런데 그 ‘시즌’이란 게 상당히 명확하다.

지난해 가온차트 기준으로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가 다시 디지털종합차트 200위권 내에 등장한 건 12월 셋째 주 집계, 즉 12월2~8일 사이 집계부터다. 갑자기 133위에 랭크되며 시즌 특수를 알렸다. 그 다음 주인 12월9~15일 집계에선 무려 59계단 뛰어올라 74위에 랭크됐고, 크리스마스 직전 12월16~22일 집계에서 54위, 크리스마스를 낀 12월23~29일 집계에서 3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리곤 다시 101위로 떨어져 ‘시즌 노래’로서 역할을 마쳤다.

이런 구도는 여러모로 말이 된다. 12월 초부턴 확실히 사회 전체가 캐럴을 필요로 한다. 각 상품매장 및 카페, 바, 식당 등 주류·요식업 매장들이 일제히 크리스마스 인테리어로 치장하고 연일 캐럴을 틀어대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월 초부터 몇몇 캐럴 대표주자가 차트에 진입한 뒤, 크리스마스에 가까워질수록 일반구매도 늘어난다. 각종 사적파티나 가정 등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벚꽃엔딩’ 음원판매구도는 좀 기묘하다. ‘벚꽃엔딩’이 갑자기 가온차트 200위권 내로 돌아온 건 2월 둘째 주 집계, 1월27일부터 2월2일 사이 집계부터다. 갑자기 26계단 뛰어올라 198위에 랭크됐다. 200위권 내 랭크는 2012년 10월21일부터 10월27일 사이 집계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이어 2월3일부터 9일 사이 집계에서 한 계단 올라 197위, 2월10일부터 16일 사이 집계에서 무려 40계단 올라 157위로 랭크되며 비로소 인터넷 화젯거리로 떠올랐다.

1월27일부터 2월16일까진 어떤 의미로건 ‘봄’과는 별 상관없는 시기다. 특히 ‘벚꽃’이란 계절 상징 측면에선 더 그렇다. 벚꽃축제는 대부분 4월 중순 이후부터다. 한국의 계절감각으로 봄기운이 일정부분이나마 돌려면 적어도 그 한 달 전, 3월 중순은 돼야한다. 겨울추위가 한창인 1월 말부터 갑자기 봄을 그리며 ‘벚꽃엔딩’ 열기가 불붙었다 보기엔 상식적으로 무리가 많다.

‘벚꽃엔딩’의 ‘봄의 캐럴’론은 바로 여기서 깨져버린다. 정확히 시즌에 맞춰 올라갔다 내려간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와는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벚꽃엔딩’은 사실상 ‘봄이라 다시 뜬 노래’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이유로 3개월 만에 다시 돌아온 노래’로 봐야한다.

이제 의문은 더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 ‘벚꽃엔딩’ 재상승의 ‘알 수 없는 이유’는 대체 뭐냐는 말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일단 프레임 자체를 바꿔볼 필요가 있다. 총 7군데 음원사이트 집계를 총합하는 가온차트는 온라인-스트리밍과 다운로드, BGM과 모바일 판매량을 합쳐 디지털종합차트를 내놓는다. 일반적으로 이 디지털종합차트만 놓고 순위 등락을 가늠하는 경향이 짙지만, 이를 하나하나 나눠 따져보기 시작하면 ‘벚꽃엔딩’에선 꽤나 흥미로운 흐름이 발견된다.

‘벚꽃엔딩’은 디지털종합차트에선 분명 3개월 만에 200위권 내로 재진입한 게 맞다. 그러나 가볍게 듣는 온라인-스트리밍으로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상당히 놀라운 일이지만, ‘벚꽃엔딩’은 지난해 3월29일 발매 이래 온라인-스트리밍 차트에선 단 한 번도 200위권 밖으로 나간 적이 없다. 선호도가 크게 떨어진 10월 말~1월 말에도 꾸준히 170~200위 사이를 맴돌며 선전했다. 스트리밍 수도 10~15만 건 선을 계속 유지했다. 근래 보기 드문 스테디셀러였던 셈이다.



이 스트리밍 수에서 수개월 간 엎치락뒤치락하다 조금 상승세가 보였던 게 1월20~26일 집계부터다. 그러나 미세한 폭에 불과했고, 사실상 지난해 11월 수준을 회복한 정도였다. 그러나 순위가 달랐다. 2월은 음원유통에 있어 비수기다. 따라서 지난해 11월 170~80위권에 머물만한 스트리밍 수더라도 2월엔 130~40위권으로 껑충 뛰어 랭크된다. 이에 힘입어 ‘벚꽃엔딩’도 갑자기 디지털종합차트 200위권 내로 들어오게 됐고, 곧 이 점이 화제가 돼 인터넷상에서 ‘봄의 캐럴’론이 퍼지게 됐다.

‘벚꽃엔딩’ 스트리밍 수가 유의미한 상승을 보인 건 엄밀히 말해 2월24일~3월2일 집계부터다. 갑자기 스트리밍 수가 10만 건 이상 오르며 온라인-스트리밍 차트 100위권 안으로 치고 들어왔다. 한편 온라인-다운로드 수가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인 것도 2월24~3월2일 집계부터다. 그 전주엔 2주 전에 비해 소폭 하락하는 상황까지 보였지만, 이 시기 갑자기 다운로드 수가 8000건 이상 올라가며 온라인-다운로드 순위 109위에 랭크됐다.

이제 시간순서대로 상황을 되짚어보자. ‘벚꽃엔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꽤나 스테디한 면모를 보였다. 그런데 큰 의미 없는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 소폭 상승 상황이 2월이란 시기적 특성을 타고 전체 음원순위 변동을 일으켰다. 이에 네티즌 반응이 일어난 게 2월 중순부터다. 정확히는 가온차트 2월10~16일 집계가 나온 2월18일부터 ‘벚꽃엔딩’ 역주행에 대해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와 블로그 등에서 코멘트가 줄기차게 쏟아졌다.

여기서 부턴 대중심리 차원이다. ‘역주행이다’ ‘봄이라서 그렇다’ 등 소문이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턴 그게 그 자체로 트렌드가 돼버린다. 그렇게 인터넷 트렌드 세팅에 힘입어 꾸준히 역주행을 기록하다 마침내 언론기사로까지 다뤄진 게 3월16일이다. 뉴스엔 3월16일자 기사 ‘버스커버스커 어디까지 가나 ‘놀라운 차트 역주행’’이 최초다. 그 역시도 “나도 요즘 다시 ‘벚꽃엔딩’ 찾아 듣는데 역시 좋다” “명곡은 때를 안 가린다” “벚꽃시즌마다 역주행할듯” 등 이미 나와 있는 네티즌 반응을 적어놓은 기사였다.

그런데 이때까지만 해도 ‘벚꽃엔딩’은 아직 가온차트 기준 25위 정도였다. ‘어마어마한 기현상’ 수준은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기사가 일단 나가고, 이틀 뒤부터 관련 기사들이 미친 듯이 쏟아지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턴 미디어 홍보효과를 크게 봤다. 그렇게 시기적 특성에 의한 역주행→네티즌 반응에 힘입어 추가 역주행→언론 기사화→1위 재탈환 순서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트렌드 세팅의 문제였을 뿐 ‘봄의 캐럴’ 따위완 무관했단 얘기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온라인-스트리밍이건 다운로드건, 올해 1월6~12일까지 꾸준히 지수가 떨어지다 불과 한 달여 만에 다시 지난해 10월 수준으로 소폭이나마 반등한 건 맞지 않느냐는 것이다. 봄 때문이건 아니건 이 같은 반등을 대체 뭐라고 설명할 것이냔 반론이다.

답은 단순하다. 첫째, 그 정도 반등은 여타 싱글들에서도 흔하게 일어난다. 지난해 발표된 보아의 ‘온리 원’만 해도 별다른 이유 없이 소폭 상승-하락세가 숱하게 보였다. 대중반응이란 게 본래 그 정도 변동 폭은 만들어내는 것이고, 또 순위 100위권 밖은 소폭 상승과 하락에도 순위가 크게 흔들려 그런 현상이 나오기 쉽다.

‘벚꽃엔딩’도 마찬가지다. 2월17~23일 다운로드 집계에선 소폭이나마 전주에 비해 떨어졌단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래는 그렇게 잠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갈 분위기였지만, 여기서 갑자기 네티즌 반응이 크게 일어나 화제성을 등에 업고 다시 올라갔단 얘기다. 결국 ‘온리 원’과의 차이는, 소폭 상승을 놓고 네티즌 반응이 일어났는가 아닌가 정도다. 그리고 그 차이가 두 싱글의 향방을 갈랐다.

둘째, 지난해 하반기~올해 초는 ‘벚꽃엔딩’ 하락세가 클 수밖에 없던 조건이었다. 가을부터 M.net ‘슈퍼스타K4’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버스커버스커 역시 ‘슈퍼스타K3’ 출신이었고, 제2의 버스커버스커를 기대하는 동일소비층의 관심이 그리로 쏠려 ‘벚꽃엔딩’은 생각보다 빨리 내려앉게 됐다. 이후 겨울엔 SBS ‘K팝스타2’가 방송을 시작해 계속 동일소비층 관심을 빼앗기게 됐고, ‘K팝스타2’ 시청률이 하락세를 보인 시점 즈음부터 다시 ‘벚꽃엔딩’의 상승세, 아니 ‘본래 궤도 진입’이 이뤄졌다. 단순한 구도다.

궁극적으로 ‘벚꽃엔딩’의 1위 재탈환 상황은, 네티즌들이 일으킨 반향과 기대에 힘입은 측면이 컸단 얘기다. 그 과정에서 ‘봄의 캐럴’론 같은 것도 나왔고, 그런 낯선 개념을 네티즌들은 오히려 더 달갑게 받아들이며 ‘벚꽃엔딩’ 상승세에 크게 기여했다.

왜 그랬을까. 답은 아무도 알 수 없다. 그러나 피상적으로만 생각해봤을 때, 그저 지금의 대중음악시장 분위기가 너무 ‘재미’없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싶다. 뭔가 새로운 이벤트, 전에 없던 이변, 신선한 분위기를 찾아 ‘봄의 캐럴’ 현상을 알아서 일으켰던 건 아닐까 말이다. 그리고 그 저변엔, 강태규 음악평론가의 변처럼, “좋은 음악은 세월을 이겨낸다는 것을 입증하는 좋은 예”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있었던 것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근래 지지부진한 한국대중음악시장 분위기를 보고 있노라면, 이 같은 ‘봄의 따분함’론이 적어도 ‘봄의 캐럴’론보단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는 것도 사실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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