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라고 절대 티 내는 게 아니에요." "혹시 오해하실까 봐." "제 말이 감히 건방지게 들리겠지만…."

탤런트 조인성(32)은 자신을 낮추는 게 습관화된 듯하다. 몇 마디 주고받다 보면 형식적인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SBS TV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성공에 상대역 송혜교(31)를 꼽을 때도 그랬다. "혜교가 잘했다. 혜교 때문에 드라마가 성공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도 괜찮다. '혜교를 보려고 드라마를 보는데 거기에 조인성이 나왔다. 심지어 그 드라마가 잘됐다'는 뜻인데 나로서는 혜교 덕분에 다음 작품을 할 기회를 잡은 거다"고 겸양했다.

조인성이 평소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의'다. "의리 이전에 예의가 있어야 하며, 신뢰가 없는 의리는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다. 그리고 자기 사람에 있어서는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그래서일까? 조인성은 2011년 5월 4일 제대 후 복귀작으로 점찍었던 영화 '권법'(감독 박광현)을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에 출연 전까지 공백을 만들었던 작품이지만 "감독님에게 힘을 보태고 싶다"는 이유다.

조인성은 "나의 복귀가 늦어진 모든 죄를 '권법'이 가지고 가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 제대 후 3~4개월 뒤에 들어간다고 계약을 했고, 콘텐츠 상품에 관한 얘기도 나눴다. 그렇게 진행이 되다가 중단됐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작품도 준비됐고 주연배우들도 정해진 상황이었다. 제작이 안 될 이유가 없었기 때문에 중간에 끊길 수 있다는 생각도 못했다. 3~4개월 안에 작품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 그러다가 또 2개월 뒤로 밀렸다. 그러다 보니깐 공백이 길어졌다."



그는 "주위에서 다른 작품을 보라고 했다. 하지만 '권법'을 제치고 다른 작품을 선택하려니깐 선택권이 별로 없었다. 이미 방송사는 라인업이 다 마련돼 있었다. 자존심이 있어 몇 개의 선택사항 중에 하는 것은 당기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내가 선택한 작품에서 관객의 신뢰를 얻고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무언가 하나라도 마음에 들어야 한다. 내가 이 작품을 잘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역할도 봐야 했다. 그렇다고 20대처럼 개인기를 할 수도 없다.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조인성에게 기회를 준 건 노희경(47) 작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드라마를 만나려고 공백이 길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쉬고 있는데 노 작가님께 전화가 와서 봤다. 대본을 보고 섹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사무실과의 관계가 걸려 있어서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 시간을 기다려주셨기에 이 드라마를 연기할 수 있었다. 노 작가님께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그러면서도 1년 6개월 남짓 공백을 준 '권법'에 대해서는 아직도 제작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다. "SF 영화지만 메시지가 있는 작품이다. 특히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정치적 이념도 없는 세상을 모르는 고등학생이 한 도시에 들어와서 지킨다는 내용이다. 지금은 박광현 감독님 한 사람이 한 작품을 위해 7~8년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 싶다. 그 끈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거기에 보잘것없는 내가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물론 전처럼 그 작품이 들어갈 때까지 쉴 생각은 아니다. 언젠가 들어간다면 함께 하고 싶다. 극장에 걸리는 그 순간을 꿈꾸면서 '권법'이 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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