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5곳 필요…집하장 16곳 불과 예산확보-시설확충 주문 쏟아져

농촌지역에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농사용 폐비닐이 제대로 수거되지 않으면서 처치 곤란한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지만 폐비닐을 효율적으로 수거·보관하는 공동 집하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해 환경부가 집계한 광역도별 폐비닐 공동 집하장 현황 등에 따르면 전북지역 농촌에서 매년 발생하는 농사용 폐비닐을 효율적으로 수거·보관하려면 공동 집하장 835곳이 필요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설치된 집하장은 단 16곳에 불과, 이는 전국에서도 가장 낮은 공동 집하장 설치 수치로 나타났다. 이에 농가와 환경단체들은 환경부와 지자체들이 폐비닐 공동 집하장 설치 및 수거단가 현실화를 위한 관련 예산을 조속히 확보해 시설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농민 김경수씨(45·익산)는 “폐비닐 조각을 걷어내야 하나 일손이 달려 못하고 있다”면서 “하루 품삯 3만원을 주고 몇㎏의 비닐을 수거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해 수거한 농촌 폐비닐은 2만2천910톤으로 집계됐지만 이는 실제 발생량의 70%에 불과한 수치로 분석된다. 이에 농사용 폐비닐 수거와 처리를 위한 공동집하장 설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본격적인 농번기를 앞두고 밭과 논 등에 버려진 폐비닐과 생활쓰레기를 노천에서 그대로 소각, 냄새와 시커먼 연기가 차도까지 덮쳐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하거나 당황케 하는가 하면 산불발생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 지난해 이맘때는 호남선 함열∼황등역 사이에서 농사용 폐비닐이 KTX와 전차선로에 걸려 제거작업이 이뤄지면서 36분 동안 열차가 연쇄 지연됐다.

코레일 집계결과 폐비닐에 의한 열차 운행 지연 사례는 2011년 총 83건이 발생했고 지난해만 50여 차례에 걸쳐 폐비닐 때문에 열차가 멈춰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들판 곳곳에 방치된 농업용 폐비닐이 열차 선로까지 날아들어 열차가 멈추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사용된 폐비닐은 제대로 수거되지 않으면서 들판 곳곳에 방치돼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이에 폐비닐 수집단가 현실화 등 관련정책에 대한 뒷받침도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자체마다 달리 적용되고 있는 100원 미만의 수거단가로는 자발적인 농민참여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윤승갑기자 pepe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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