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산내골식품 윤왕순대표를 만나다

▲ 윤왕순 대표는 "우리 농산물로 만든 발효음식을,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조선 영조 때 발행된 “중보산림경제”에서는 장에 대해 장은 장이다. 모든 맛의 으뜸이요 인가의 장맛이 좋지 않으면 비록 좋은 채소나 맛있는 고기가 있어도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없다.

모름지기 장 담기에 뜻을 두어 오래 묵혀 좋은 장을 얻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우리음식 문화에서 장을 빼 놓으면 안 되는 이유다.

우리의 전통 장은 패스트푸드와는 반대되는 슬로우푸드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마디로 우리 몸에 착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에게 중요한 장 맛을 그대로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완주군 경천면에 있는 전통 장을 생산하는 “대둔산 산내골식품” 윤왕순대표를 만나 그의 성공신화를 들어봤다.{편집자 주}

▲귀농으로 찾은 두 번째 인생

대둔산 산내골식품은 대둔산 자락이 그대로 이어지는 전북 완주군 경천면 경천리에 위치하고 있다.

윤왕순 대표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바로 그가 태어난 고향이기 때문이다. 고향을 떠났던 윤왕순씨가 다시금 우리 전통 장류의 탯자리로 이곳을 택하게 된 시기는 2000년부터 시작된다. 1999년 경기도 광주에서 20여 년 동안 운영하던 가구제조 사업을 정리하고, 고향인 이 곳을 택했다.

이미 윤왕순대표는 경기도 광주시 농업기술센터와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전통음식 제조기법을 이수한 전통음식기능보유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귀농하면서 농사에 도움을 받고자 인연을 맺게 된 곳이 전북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이다.

그 후 마늘, 양파, 콩 등을 직접 재배하게 되었고, 직접 농사지은 콩과 주변에서 생산한 콩을 직접 수매하여 전통방식 그대로 전통 장을 생산하고 있다.



▲장·발효음식에 매력을 느끼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음식공부를 하던 중 장(醬)·발효음식에 대한 매력을 느끼면서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이 생기게 되었다.

그래서 순수하게 전통장류·발효음식에 대한 연구와 사업을 해보기 위해 고향인 완주로 이사하여 가장 먼저 옹기를 직접 발 품을 팔아 모으기 시작했다.

새 옹기가 아닌 시골에서 직접 장 담그는데 사용하던 옛 옹기들도 모았다. 이렇게 모은 옹기가 200여 개가 넘는다. (장 담을 때는 장을 담갔던 옹기만을 사용해야 장맛이 변하기 않기 때문이다.) 옹기들을 모으고 난 후 장을 담그는데 사용하는 재료들을 직접 재배하였다.

그 재료 또한 당연히 직접 기른 것만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직접 기른 콩, 고추, 옥수수, 대추, 마늘, 양파 등의 농산물이 윤왕순 대표의 손을 거쳐서 된장, 고추장, 간장, 청국장 등을 바로 생산하게 된 것이다.



▲소문난 음식 솜씨를 지니신 어머니의 손맛을 닮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최고 1기 출신이며, 기능보유자인 윤왕순 대표의 음식에 대한 인연은 부모님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잔치 고임상을 잘하시고, 문어오림의 대가 이셨던 아버님의 영향과 동네에서 소문난 솜씨를 갖고 계셨던 어머님의 요리 솜씨를 그대로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어머니께서는 어릴 적 음식을 하실 때는 딸들을 불러서 꼭 보게 하셨다고 한다.

“그 집의 음식 맛을 알려면 장독을 보면 안다. 장독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으면 장맛도 또한 좋은 법이다. 장맛이 좋으면 당연히 그 장을 넣고 만든 음식들의 맛도 좋단다” 이렇게 어머니는 먼 훗날 장을 담드는 일을 소명으로 지켜가고 있는 딸의 미래를 보듯 소중한 가르침을 가슴에 새겨 주었다.

▲정직하게 만드는 음식은 가장 큰 재산

윤왕순 대표의 전통 장류 제조과정을 지켜보면 전통방식 그대로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단박에 알아낼 수 있다.

직접 농사지은 우리 콩을 맑은 물에 씻은 뒤 무쇠가마솥에 넣고 튼실한 장작불로 8시간 동안 삶는다. 이렇게 삶아진 콩으로 메주를 빚어서 잘 숙성시킨다. 소금은 5년 정도 묵혀야만 한다. 쓴맛을 없애기 위함이다. 그리고 간장 물은 결이 고은 소금을 골라 맑은 물에 일주일 동안 가라 앉친 뒤 웃물만을 사용한다.

매년 정초, 이런 과정을 거쳐 담가진 정월장은 윤왕순 대표의 정성과 손맛을 알 수 있다. 윤왕순 대표의 된장은 그래서 찹쌀된장이다. 여기에 고추씨 가루와 천연양념을 더한 특제간장으로 맛을 내고 2년 이상 숙성시킨다.

찹쌀고추장도 가을 빛에 말린 태양초 고춧가루와 12월에 삭힌 엿기름만을 고집해 맛과 향이 달큰하고 알싸한 전통 고추장을 만들어 낸다. 윤대표는 문헌상으로만 전해지는 천리장 재현에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전통음식과 향토음식에 대한 교육과 연수를 통해 기초 지식을 다지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천리장 재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헌상으로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장류 궁중음식을 각고의 노력으로 재현시키고, 형상화 하는데 의미가 크다.

이미 궁중에서 반가로 내려오는 어육장과 영양적 가치가 풍부한 육포 고추장, 사골된장은 정확한 레시피와 제조방법을 재현해 냈고 상품화 단계에 있어 지속적인 신공신화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인터뷰) 윤왕순 대표는 한국인은 한국음식, 즉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윤 대표는 “돈을 떠나서 정직하게 음식을 만들고 농산물을 내 손으로 믿을 수 있게 정직하게 재배해서 우리 농산물로 만든 발효음식을, 그리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녀는 “지금 세대 대부분은 된장, 고추 장을 담글 줄 모른다. 요즘 젊은 세대에게 전통 장을 먹어야 하는 이유와 제조방법, 제조과정의 정확한 정보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담글 줄은 몰라도 제대로 된 장을 선택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주기 위해서”라고 말을 아껴다.

대둔산의 정기를 받고 자란 콩과 깨끗한 물로 빚은 메주, 그리고 오래 된 옹기에서 신선한 공기로 숙성되고 장인의 솜씨로 완성통 전통장으로 우리의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

/김완수기자 kimws90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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