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입은 소녀들 다시 세상에 맞서다
상처입은 소녀들 다시 세상에 맞서다
  • 이병재
  • 승인 2013.04.24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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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작-폭스파이어 FOXFIRE

‘폭스파이어’는 2008년 ‘클래스’로 칸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로랑 캉테 감독의 신작. 이 작품은 현존하는 영미권 대표 여성작가 조이스 캐롤 오츠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백여 편이 넘는 작품을 써온 그녀가 즐겨 다룬 소재는 성과 폭력으로 만연한 남성우월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의 삶이다. ‘폭스파이어’는 갱으로 변모하는 십대 소녀들을 통해 이러한 문제를 부각시킨다.

일부 10대들의 도를 넘는 일탈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로랑 캉테는 데뷔작 ‘인력자원부’에서 주 35시간 노동제 도입을 강행하려는 회사와 이에 파업으로 맞서는 노조의 투쟁을 그렸다.

이 작품은 비전문배우들을 출연시키고 한정된 공간들만을 보여줌으로써 다큐멘터리와 극의 경계를 허물며, 현실에 개입하는 새로운 영화적 힘을 보여주었다. 이후 그의 영화적 관심사는 주로 노동자의 삶에 국한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도시 빈민가 고등학교 교사와 아이들의 문제를 다룬 전작 ‘클래스’가 방증하듯, 그의 시선은 소외되고 낙오된 모든 약자들을 향한다. ‘폭스파이어’는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성폭력을 경험하고 상처 입은 소녀들이 다시 세상에 맞서는 과정을 그린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갱으로 변신한 소녀들은 생존을 위해 남성을 성적으로 유혹한 뒤 돈을 갈취한다. 세상이 소녀들에게 가한 폭력의 방식은 고스란히 복수의 방식으로 변모하여, 피해와 가해의 경계를 뒤섞는 아이러니를 낳는다.

15세. 상영시간 143분. 25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26일 오후 8시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 28일 오후 8시 전주시네마타운 1관.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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