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편법증여에 세금 정부, 관련법 7월시행 앞둬

전주산업단지에서 중소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사 대표 김모(52)씨는 요즘 고민이 많아졌다.

김씨는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B사를 설립했지만 올 7월부터 시행되는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과세 대상으로 포함된 것이다.

김씨는 “일감을 몰아준 게 아니라 소재·부품 공급회사를 계열사로 만든 것뿐인데 증여했다고 세금을 때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대기업 때린다고 만든 법에 중소기업까지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오는 7월부터 ‘일감 몰아주기 과세’ 법안이 처음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과세 대상과 방법을 둘러싸고 지역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거세다.

대기업들이 편법증여의 수단으로 문어발식으로 계열사를 세우고 일감을 몰아주는 것에 세금을 물리기 위해 마련됐지만, 취지와는 다르게 법안이 적용될 우려가 있어 일부 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5일 도내 관련업계에 따르면 안정적인 부품 조달과 신규 사업군 진출 등을 위해 계열사를 설립·운영하고 있는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 과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기준치 마련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란 내부거래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30% 이상이고 소유경영자 일가와 특수 관계인 지분이 3%가 넘는 계열사에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이 조항에는 기업 규모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대기업이 아닌 계열사가 있는 중소기업에도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세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상속·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지만 정부는 당장 7월 시행을 앞두고 제도 개정이 어렵다는 입장이라 중소기업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주시 소재 한 중소기업 대표는 “대기업의 경우 규모의 경제가 이미 이루어진 상태에서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조세를 회피하려는 것이 목적이지만, 중소기업은 부품·소재를 납품하거나 원재료를 공급하는 등 계열사 분업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오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당초 목적과는 달리 중소기업에도 적용돼 막대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가 중소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과세에 대한 준비가 취약해 법률적 이해를 높일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대기업의 경우 법무팀 등을 동원해 상당기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중소기업 상당수는 제대로 법안을 파악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전북지방중소기업청 관계자는 “입법 초기부터 대기업을 겨냥한 과세라고 홍보해왔기 때문에 자신이 세금을 내야 하는지도 모르는 중소기업인이 상당수”라며 “대기업은 법무팀 등을 통해 상당기간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 대해 연구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재무팀이나 기획팀 등에서 한정적으로 대비, 7월 산업계에 증여세 대란이 발생할 수도 있어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연기자 eod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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