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갑과 을의 나라'

‘포스코에너지 왕 상무의 여승무원 폭행’ ‘남양유업 폭언 사태’ 등을 통해 촉발된 ‘갑의 횡포와 을의 눈물’은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갑과 을’의 관계는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에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유독 한국 사회는 ‘노예 관계’라는 말이 나올 만큼 유난히 더 심한 것일까?한국 사회의 명암을 추적해온 강준만 전북대 교수가 쓴 ‘갑과 을의 나라’(인물과사상사)는 지금껏 대한민국을 지배해왔고 이제는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자리 잡은 갑을관계를 분석한 책이다.

그에 따르면 조선 시대 관존민비에 뿌리를 둔 갑을관계는 해방 이후 ‘전관예우’, ‘브로커’라는 사생아를 낳았고 선물과 뇌물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이런 현상은 한국을 ‘전관예우 공화국’, ‘브로커 공화국’, ‘선물의, 선물에 의한, 선물을 위한’ 나라로 탄생시켰다.

반대로 ‘을의 반란’이 표출된 것이 시위와 데모였다. 강준만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시대정신으로 ‘증오의 종언’을 제시해왔다. ‘을의 반란’이 ‘증오의 종언’을 향해 나아가는 걸 전제로 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시대정신일 것이다.

갑을관계를 지속해나가는 건 을뿐만 아니라 갑에게도 치명적인 타격을 가할 수밖에 없음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모든 사람들이 이익을 나누는 성장과 혁신 차원에서도 갑을관계의 타파를 생각해야 할 때다.

한편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강 교수는 그동안 ‘지역감정’, ‘언론 권력’, ‘강남 좌파’, ‘안철수 현상’ 등을 이슈화했다.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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