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농촌과 함께 살자' / 본사-전북의제 21 기획연재 1. 화식한우

▲ 전라북도친환경농업연구회 김영재 회장은 익산 삼기며네서 화식한우를 사육하고 있다.

오랫동안 농업에는 농민과 생산자만이 대두되어왔다. 하지만 절대적 가치인 먹거리 즉, 농업에는 소비자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주체가 있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어 농업에 대한 인식전환과 소비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할 수 있겠다.

친환경농업과 농산물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할 수 있는 도농 상생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전북중앙신문과 전북의제21 농업농촌분과가 공동으로 ‘도시, 농촌과 함께 살자!’라는 주제로 기획연재를 시작한다.

22일부터 격주로 총 6차례의 현장탐방과 전문가 기고를 통해 도농상생 농업의 가치를 탐색해본다.  

현장탐방<1>

화식한우 첫 번째 현장탐방으로 25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전라북도친환경농업연구회 김영재 회장을 만나기 위해 익산 삼기면의 축사를 찾았다.

-현재 어떤 일을 하고 계신지?  

▲ 89년부터 농사를 시작했고 친환경농업은 10년 정도 되었습니다. 8만평 중 3만평을 친환경 인증을 받았지만 나머지 땅에도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그리고 3년 전부터 여물을 먹여 전통방식으로 화식한우를 사육하고 있는데 번식우 15두, 비육우 7두로 총 22두를 키우고 있죠.

-화식한우는 어떤 계기로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 소를 키우고 있었는데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으니 당연히 관심이 있었죠. 점점 사료 값이 상승하고 있어 발효사료 등 다른 방법을 모색하던 중 옛날 전통방식으로 여물을 끓여서 소를 키우고 계시는 고산의 여태권 목사님을 알게 되어 찾아 뵙고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주변의 농가에도 동참하기를 권유하여 저는 3년째, 2농가는 2년째 화식한우를 키우고 있습니다. 노동력은 훨씬 많이 들어가지만 일반경비는 기존 대비 1/3정도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가장 불신하는 것이 축산물이라는데요. 마블링으로 등급을 매기는 정책 때문에 일반 유통업에 판매하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여물을 먹인 소는 건강한 소에서 자연스럽게 지방이 생긴 것이기 때문에 억지로 비만하게 만든 소의 마블링과는 다르기 때문에 낮은 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예요.

또한 법적으로 유기축산 인정을 받기에는 소의 먹이, 물, 환경, 자연교배 등 매년 검사해야하는 절차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어 사실상 농가들이 수용하기가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판로 해결과 소비자와의 소통은 어떻게 하는지?  

 

▲ 인증 대신 얼굴로 신뢰를 쌓고 있습니다.

1년에 5마리 정도 도축하는데 지인을 통해 소매를 합니다. 도축을 하는 날은 지인을 모두 불러 실컷 먹고 필요한 만큼 가져갑니다.

드셔본 분들은 다시 찾아오시기 때문에 현재는 판매에 대한 부담이 없어요. 저 또한 소비자를 현장으로 부를 수 있는 양심이 있기 때문에 서로 믿음이 생기지요.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는 직거래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합니다.

-많음 어려운 속에서도 화식한우를 지속하는 이유는?  

▲ 소를 키우는 것 뿐 아니라 친환경농업의 일환으로 순환형 농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은 70년대에 시작되었고 그전에는 모두 친환경농업이었죠. 그 농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소의 배설물 등을 퇴비로 사용하고 논에서 나온 부산물은 땅으로, 소의 먹이로 순환하는 거지요.

친환경비료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어요. 예전에는 집집마다 두엄자리가 있고 축분이 퇴비가 되었잖아요. 그런 순환농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화식한우는 먹이를 끓여 먹이기 때문에 영양소가 파괴되면 비타민 결핍이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청보리 등을 재배해서 먹이면 보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순환하는 것이지요.

-친환경농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하신데요?

▲ 화학비료를 사용한지 겨우 30여년 만에 땅이 황폐화되어가고 있지 않습니까?

땅도 하나의 유기체입니다. 사람의 몸이 영양제와 주사만 맞는다고 좋아지지 않듯이 땅도 마찬가지예요. “땅심”을 키우지 않고서는 친환경농업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땅이 건강해야 작물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에 친환경농법의 자재라 하더라도 그것에만 의지하면 성공하기 어렵죠. 1~2년차에는 실패도 하고 부끄러워서 말도 못 할 정도로 수업료 많이 지불했습니다.

많은 농민들이 친환경농업을 소득을 보고 시작하는데 욕심만으로는 안됩니다.

땅심을 지켜내야 땅이 나를 살게 해주고 노력한 만큼 대가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농사를 시작할 때부터 친환경농업에 관심이 많았지만 판로가 어려워서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2004년 경 정책이 전환되기 시작했고 사회적으로도 분위기가 가능하리라는 예측이 들어 시작했어요.

익산의 농민 200여명을 모아 제대로 된 유통구조를 만들어 판매를 해보자는 취지로 “새별갈이”라는 작목반을 구성했어요. 이것이 계기가 되어 올해 3월에 친환경농민협동조합을 창립했습니다.

모두의 것을 함께, 제 값에, 제대로 판매하기 위한 협동조합이고 조합원이 250명입니다.

-친환경농업인으로 소비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농민들은 생계가 걸려있으므로 소득에 움직일 수 밖에 없어요.

유통단계를 많이 밟을수록 소비자가 부담해야하는 비용은 높아지는데 생산자만의 노력만으로는 바꿀 수가 없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만나는 자리를 만들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가 필요합니다.

또한 제대로 키워진 것은 제 값을 주고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역할도 있는 것이지요. 이력추적제 등을 적극 확인하는 현명한 소비를 부탁드립니다.  소 22마리가 있는 축사에서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전혀 냄새가 나지 않았다.

여물을 먹고 자랐기 때문에 냄새가 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료를 먹일 때는 필수였던 항생제가 필요 없다고 한다.

어떤 것을 먹느냐가 그 사람의 몸을 만들어 준다 했는데 이 소들은 주인을 잘 만나 행복한 소들이 아닌가. 소를 키울 것 같지 않은 외모의 김영재 회장과 헤어지며 대지의 청지기라 불리는 시인이자 농부인 웬델베리의 말이 떠올랐다.

“먹거리에 관심이 있으면서 먹거리 생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명백한 부조리다”

/조미정(전북의제21 추진협의회 부장)  

집필진
▲채성석(전북친환경농업인연합회) ▲최동칠(전라북도농업기술원종자사업소) ▲한혁준(한살림전북생협) ▲김중기(전라북도 삶의질정책과) ▲강소영(전주의제21추진협의회) ▲오은미(전라북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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