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 김지연사진집 '정비소와 작은 유산들'

“김지연은 사적인 기억과 공적인 기억이 공존하는 대상들, 지역의 문화와 역사적 내용들은 간직한 채 점차 사라지고 있는 대상들을 하나 둘씩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들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만의 경쟁력이 되었으며 지역사진가로서 예술제도권이 아닌 지역공동체라는 새로운 장에서 아카이브적인 사진의 실천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성공적으로 보여주었다”(이경민) 사진작가이자 기획자이자 아카비스트인 김지연이 지난 10년간의 기록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김지연 사진집 『정미소와 작은 우산들』(눈빛)은 그의 첫 번째 개인전 ‘정미소’를 시작으로 8번의 개인전과 ‘계남정미소 공동체박물관’을 운영하며 마련했던 기획전시를 모두 담았다.

한때 화려했지만 이제는 애물단지가 되거나 사라져가는 도내 100여 정미소를 촬영해 열었던 ‘정미소’전, 미용실에 밀려 점차 사라져가는 마을 이발사들을 만난 ‘나는 이발소에 간다’전과 동네 이장에 대한 기록 ‘우리 동네 이장님은 출근중’전은 공식 역사에서 배제된 이야기를 담아 눈길을 끌었던 전시. 이후 새마을운동 등 농촌에 불었던 근대화 바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근대화상회’. 70~80년대 농촌 구석구석 어디에나 있던 점방들이 인구 감소와 폐교, 그리고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점차 사라지자 그는 2008년부터 2년간 전라남북도 지역을 중심으로 70여 곳의 가게를 기록했다.

혼자 농촌에 남은 어르신들의 방 안을 살핀 ‘낡은 방’전도 사라져가는 기억에 대한 관심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2006년에는 마을 사람들의 사진 앨범에서 골라낸 기념사진으로 구성한 계남정미소 공동체박물관 개관 기념전 ‘계남마을 사람들’을 시작으로 기획자와 아카비스트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는다.

지역민들의 공통의 기억과 경험을 환기했던 ‘마이산에 가다’전은 사진 아카이브가 마을공동체 형성과 지역사회 활성화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준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또 ‘시간에게 길을 묻다-진안골 졸업사진전’, ‘전라북도 근대학교 100년사-우리 학교’, ‘용담댐, 그리고 10년의 세월-용담댐 의로 나는 새’도 주목을 받았다.

이밖에 개인사를 통해 근현대사 일면을 살펴보는 ‘작촌 조병희 선생님을 기리며’, ‘시어머니 보따리를 펼치며’, ‘할아버지는 베테랑-6.25 참전용사’등도 마을공동체 복원을 위한 그의 순수한 열정을 대변했다.

김지연은 “사진을 시작한지 10년이 넘어 그동안의 작업을 한데 묶어서 일관되게 정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저의 작업이 단순한 감상에 젖은 몇 사람의 추억이 아닌 많은 사람들 속에서 공유하는 소중한 기억으로 저장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편 10년 만에 옛 사진 속 정미소들을 다시 찾아가, 옛 모습과 오늘의 모습을 나란히 보여주는 사진전 ‘정미소, 그리고 10년’전이 30일부터 6월 23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관에서 열린다.

출판기념회를 겸한 전시 개막식은 30일 오후 6시부터.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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