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도립 창극단의 '어매 아리랑'을 보고 김정수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백 십년의 일천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창극이 오래된 전통공연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이유에는 판소리라는 우리 전통 음악의 존재가 단단히 한 몫하고 있다.

음악을 주 표현 수단으로 삼고 있는 창극으로서는 자연스러운 오해일 터이다. 어차피 서구식 무대공연 양식의 역사가 짧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그나마 백년의 역사도 독보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판소리 다섯 바탕을 무대화한 창극으로부터, 여러 전래 이야기나 설화, 소설에 판소리를 덧댄 창극들, 새로운 스토리텔링에 본격적인 작곡 과정을 더한 요즘의 창작 창극에 이르기까지 창극은 생각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그 형식을 공유하는 것만큼, 창극 역시 다른 음악극들과 양식상 충분히 공유될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세기의 극 형식에 창극을 가두어 두어서는 안 되며, 음악극으로서의 무궁한 발전가능성 탐색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30일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에서 공연된 전라북도립국악원 창극단 제 46회 정기공연 “어매 아리랑”은 여러 면에서 튄(?) 공연이었다.

최소한 그동안 도립 창극단이 추구해오던 전통 다섯 바탕 창극과 지역 소재 창작창극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는 점에서 그렇고, 모악당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 냄으로써 평소 꿈꿔왔던 대중성 확보를 성취해 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두 시간 가까운 공연시간 내내 지루해할 틈 없이 몰아붙인 힘은 무엇보다 숙련된 단원들의 탄탄한 소리와 연기 역량이었다. 다소 번거로워 보이긴 했지만 현대적 감각의 세련된 영상과 무대 연출은 이를 강하게 뒷받침해 주었다.

주, 조역 할 것 없이 보여준 열연과 놀이정신은 긴장한 가운데 입장했던 관객들을 성공적으로 무장해제 시켰다. 경제난에 굳은 도민들의 얼굴에 모처럼 화색이 돌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서민 대중의 인기를 끌었던 악극을 비롯한 지난 세기의 연극적 어법에의 의존이 강했다는 점이다.

또한 악극과 창극 사이, 실험적 붓터치를 이용한 무대 영상과 사실적 무대 사이의 미묘한 부조화가 눈에 띠었다. 악극의 재현이든, 창작 창극으로서의 소리 맛이든 보다 일관성을 찾아내는데 적극적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하는 바람이 들었다.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창극단으로서의 제기 받을 수 있는 정체성 혹은 방향성에 관한 논의에 대해 일관되고 소신에 찬 대답을 이 기회에 마련해야 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간 전라북도립 창극단은 정기공연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증명해 보였다. 한명의 관객 입장에서 한바탕 유쾌하고 질펀한 놀이판을 다녀온 느낌이다.

/김정수 전주대 공연엔터테인먼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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