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에서 제 연기에 대한 점수를 매기라면 51점을 주고 싶어요."

이 겸손한 남자를 어찌할 것인가.

데뷔 17년째, 가는 곳마다 구름 팬을 몰고 다니는 한류스타 송승헌(37)은 내내 겸손하고 또 겸손했다.

"1점은 저 자신도 송승헌이 아닌 '한태상'이 보이도록 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그게 또 100% 잘 안 됐어요."

10일 서울 강남 신사동에서 만난 송승헌은 선뜻 내세울 장점 하나 없는 배우라고 '자기비하'를 했다. '자신만의 장점'을 묻자 고민을 거듭했다. 길어지는 침묵에 '얼굴이 장점 아니냐'는 질문이 더해지자 "어휴", 서둘러 손사래를 쳤다.

최근 막을 내린 MBC TV 수목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한태상'을 연기한 송승헌은 '연기가 좋았다'는 대중의 호평도 "캐릭터에 대한 동정표"로 받아들였다. "극 초반에 어렵고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난 친구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그 모습이 불쌍하게 보였기 때문 아닐까"라는 짐작이다.

"감독님께서 기존의 제 연기에 대해서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캐릭터보다 '송승헌'이 보인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송승헌'이 안 보일 수 있게 연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씀에 눈빛, 말투 등 제가 가진 버릇들을 버리려고 노력했죠."



드라마 속에서 선보인 탄탄한 복근을 언급하자 두 손으로 배를 가린다. "송승헌이 망가질 거라는 소리를 들을 것 같아서 죽을 때까지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로 운동을 했어요. 지금은 다 없어졌죠. 초콜릿 복근이 집을 나갔어요."

그러면서도 상대 배우는 기다렸다는 듯 치켜세운다. "(신)세경씨는 고맙고 대견한 친구였어요. 드라마가 방송될 때마다 욕을 먹어 힘들었을 텐데 연연하지 않고 오히려 괜찮다고 말해줬어요. 저 같으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지 모르겠어요."

번개가 번뜩이는 첫사랑을 경험해 본, 애인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했던 시기를 떠올리며 눈을 반짝이는 그는 '한태상'과 닮았다. "제가 사랑을 느끼고 저 사람이 또 좋다고 느끼면 '한태상' 이상도 해봤던 것 같아요. 물론, 매달려도 봤죠."

하지만 또 닮지 않았다. 카리스마 넘치는 '한태상'과는 달리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거 같다. 아직 철이 안 든 것 같다"며 해맑게 웃는다. "엊그제 데뷔한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른 것 같아요. 제가 '재희'(연우진)를 연기했어야 하는데 '재희'와 대비되는 역할을 하고 있었어요."

촬영이 끝나자마자 중학교 친구들과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고 자랑한다. "어제도 친구들과 놀러 갔다 왔어요. 남자들끼리 모여서 수다를 한참 떨었죠. 그 친구들은 저를 연예인이 아닌 중학교 때 같이 뛰어놀던 친구로 대해줘요. 정말 평범한 사람이 되는 거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1997년 데뷔작인 MBC TV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에서 호흡을 맞춘 개그맨 신동엽(42)을 언급하며 키득거리기도 한다. "고경표씨가 인터뷰에서 '신동엽 선배는 방송 직전까지 대본을 보고 연구하는 모습을 보고 배웠다'고 말했어요. 제 생각에는 그 순간이 그날 대본을 처음 본 순간일 걸요? 예전에 시트콤할 때도 동엽이 형은 대본을 안 봤어요."

겸손이 몸에 밴 천진난만함은 매력적이다. "나이 먹는 것보다는 어떻게 나이 먹느냐에 대한 고민이 많아요. 나이를 먹어서도 중후한 매력을 뽐내며 멜로 연기를 하고 싶어요"라는 바람이 이뤄질 것 같은 이유다.

"동엽 형, (소)지섭과 '남자 셋 여자 셋' 다음 이야기를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역할의 크기는 상관이 없어요. 세월이 많이 지난만큼 우리는 조교로 등장하면 되겠다고 이야기했죠. 그때 그 이야기를 그대로 한 번 해보고 싶습니다. 10년 넘은 이야기지만 다시 돌아가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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