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길 칼럼

고정길 본사 부사장

장마가 시작 됐다. 보통은 6월 하순부터 시작이 되는데 올해는 불안전한 기압골로 예년에 비해 좀 이르게 찾아왔다.

장마란 오랫동안 지속하는 비를 일컫는 말이다. 옛 문헌에 따르면 우리 조상은 한자어인 ‘장(長)’과 비를 ‘맣’을 붙여 ‘당맣’으로 표현했다. 1700년대 후반엔 ‘쟝마’로 쓰이다가 일제 강점기이후에 ‘장마’로 굳어졌다.

기상학적으로 6~8월 우리나라 남동쪽에 있는 고온 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한랭 건조한 오호츠크 해 고기압 사이에서 정체전선이 형성되면서 내리는 비가 장맛비다. 이렇게 이뤄진 장마전선은 오르락내리락하며 비를 뿌린다.

중앙안전 대책본부가 전국공통의 피해 사례를 모아 예방훈련을 전개했고 이에 맞춰 전북도는 물론 각 지자체에서도 장마를 대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재앙은 조그마한 방심이나 허를 비집고 부지불식간에 찾아들기 때문에 제아무리 빈틈없이 챙겼다 하더라도 결코 안심할 수가 없다.

전북은 가장 크게 걱정이 되는 것은 농작물이다. 오이, 호박 등 밭작물은 첫 수확에 들어갔다. 물에 잠기면 그만이다. 배추도 고추도 성하지 못하다. 모심기가 막 끝난 지금 논에 물이 잠기면 금년 농사 망치기 십상이다.
 
모두가 나서야 한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했다. 설마 비가 이렇게 많이 오지 않겠지 속으로 믿고 있었던 일에 큰 낭패를 본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물에 잠기지 않도록 배수에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아야한다.

장마철에는 산간계곡물이 갑자기 불어나거나 산사태가 일어나는 등 재해로 이어지 든다. 절개지 나 붕괴가 예상되는 축대의 안전진단도 시급하다. 지형적으로 연약지반이 있을만한 경사지가 있는지 꼼꼼히 챙겨둬야 하는 일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건설공사 중이거나 저지대 주택침수 대비책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곳이다. 공장지대도 물에 잠기면 그 피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별일 없을 테지' 무사안일 틈새로 동이로 퍼 붓듯 하는 '물 폭탄'을 맞는다.

올해 장마가 예년과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고 예보 됐다. 올 장마는 평년보다 1주일가량 빨리 시작 됐다. 평년보다 일찍 시작되는 장마가 끝나는 시기는 예년과 같은 7월 중순경이다. 또 장마는 보통 제주를 시작으로 북상하지만 올해는 중부지방에서 시작해 남부지방으로 내려가는 1981년 이후 32년만이다.

장마기간 동안 전체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겠지만 잦은 집중호우가 걱정이 된다. 장마전선이 천천히 남하 하는 탓이다. 이처럼 올 장마는 장마철에 가장 걱정되는 집중호우를 비롯한 기상이변에 따른 종잡을 수 없는 여러 현상이 점쳐지고 있다.

그만큼 대책도 철저하게 세우지 않으면 안 된다. 장마는 해마다 찾아온다. 피해도 해마다 되풀이 된다.

그렇다고 장마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한 해 동안 내리는 비의 절반 이상이 이 기간에 집중 된다.
장맛비를 흠뻑 머금어야 풀과 나무가 쑥쑥 자란다. 장마전선이 충분히 비를 뿌리지 못하고 북상하는 경우에는 가뭄이 든다.

논바닥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지고 모는 벌겋게 타들어간다. 고추도 깨도 호박잎도 생기를 잃고 축 늘어진다. 사람도 동물도 입이 타들어간다. 지긋지긋하게 내리는 것 같아도 부족하면 아쉬운 것이 비다.

수해와의 전쟁은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햇볕에 드러나도 생채기가 남지 않도록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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