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모든 임무는 감시에서 시작해 감시로 끝난다. 둘, 허가된 임무 외에는 절대 개입하지 않는다. 셋, 노출된 즉시 업무에서 제외된다."

피 튀기는 화려한 액션, 도시 한복판에 울려 퍼지는 총격소리, 뒤늦게 도착한 경찰의 사이렌 소리는 영화 '감시자들'(감독 조의석·김병서)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다. 범죄 액션 스릴러 장르이지만, 범죄자를 쫓는 경찰관의 시선만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영화는 '하윤주'(한효주)가 '황 반장'(설경구)을 감시하는 테스트를 통과한 후 경찰 내 특수조직인 감시반에 합류하면서 시작된다.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는 물론 제스처, 대사, 주변을 스쳐간 사람 등 모든 상황을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감시반의 업무는 새내기 하윤주의 행동을 통해 친절하게 설명된다.

같은 시간, 철저한 계획과 뛰어난 두뇌를 가진 '제임스'(정우성)가 이끄는 범죄조직은 저축은행을 턴다. 근처 다른 건물 주차장에서 자동차 폭발 사고를 위장해 경찰을 따돌리고 벌게 된 3분 만이다. 이 모든 일이 진행되는 동안 제임스는 높은 빌딩에서 조직원들을 감시한다.



이 때부터 범죄조직의 우두머리 '그림자'(제임스)를 쫓는 감시반의 행동이 개시된다. 그림자가 남긴 한 가지 단서인 '물먹는 하마'를 CCTV로 포착, 그의 행적을 밟으며 서서히 제임스를 압박한다. 그 사이 제임스는 또 다른 범행을 준비하지만 감시반이 이를 눈치 채고 역습한다.

정보와 단서를 토대로 범죄에 대한 감시만을 담당하는 감시반을 다룬 이 영화는 시작부터 '누군가 나를 감시하고 있다'는 설정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을 교차시킨다. 황 반장을 감시하는 한윤주의 시선은 역으로 다시 황 반장의 시선에 의해 감시당한다. 제임스를 쫓을 때도 마찬가지다. 제임스는 점점 옥죄오는 감시반의 시선을 역으로 이용해 수사망에서 빠져나가려는 두뇌싸움을 벌인다. 여기에 CCTV, 스마트폰의 위치추적 등 제3의 눈을 활용하는 모습도 흥미롭다.



자극적인 장면이 없어 지루할 수 있는 '감시'라는 소재는 초반에 적시적소에 등장하는 유머로 해결했다. 특히 하윤주의 코드명이 '꽃돼지'가 된 사연, 무전을 틀고 화장실을 생중계하는 소소한 에피소드는 범죄물이라는 무거운 장르에 대한 거부감을 덜어냈다.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해 20년 만에 첫 악역에 도전한 정우성의 서늘한 눈빛도 흥미롭다. 매일같이 서울 구석에 자리 잡은 구둣방을 찾아가 보스로부터 새로운 미션을 전달받을 때는 무언가 사연이 있는 눈빛을 보이다가, 작전에 걸림돌이 되는 조직원에게는 짐승처럼 이글거리며 잔인하게 표변한다. 은행을 터는 작전에서 사리사욕을 드러낸 조직원의 얼굴과 손을 테이프로 감아 만년필로 입을 찢을 정도다.

17대 1의 액션신도 볼거리다. 액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작품이지만, 정우성의 단체 액션신은 강력한 한 방의 시원함을 선사한다. 보스를 향해 보이는 강력한 미소는 정우성표 악역에 방점을 찍는 베스트 컷으로 기억된다.



설경구의 연기는 언제나처럼 탁월하다. 2G폰, 장기를 두는 것 같은 작전지시 등은 아날로그 감성 '황 반장'의 젊은 시절을 가늠케 한다. 경찰대 졸업 후 감시반으로 들어온 한효주의 액션은 톰보이적 매력으로 다가온다. 이 작품으로 스크린에 데뷔한 '2PM'의 준호(23) 역시 어색하지 않은 '다람쥐'로 맡은 분량을 충분히 소화했다.

모든 수사가 끝난 후 좌절하고 있을 때 하윤주가 갑자기 범인의 모습을 유추해 가는 장면은 억지스럽다. 소나기가 내린 후 갑자기 밝아진 하늘에서 범인인 제임스의 모습이 드러나는 것도 작위적이어서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럼에도 꼼꼼한 시나리오와 배우들의 연기는 '감시'라는 새로운 범죄물의 가능성을 열었다. 극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런다화(58)의 우정출연도 볼거리다.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120분, 7월3일 개봉.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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