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 세계랭킹 41위 19년만에 결승에 올라 韓선수 메이저대회 최초

▲ 한국 선수 역대 네번째로 윔블던 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정현(17·삼일공고)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트로피를 들어보이고 있다./뉴시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17·삼일공고)이 한국 선수 최초로 메이저 대회인 윔블던 테니스대회에서 주니어부문 남자 단식 준우승을 차지했다.

주니어 세계랭킹 41위 정현은 7일 오후 9시(한국시간)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대회 주니어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주니어 세계랭킹 7위 지안루이치 퀸지(17·이탈리아)에게 0-2(5-7 6<2>-7)로 졌다.

우승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정현은 한국 남자 테니스의 역사를 새로 썼다. 윔블던 주니어 남자 단식 결승에 한국 선수가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선수가 윔블던 주니어 단식 결승에 오른 것도 1994년 전미라 이후 19년만이다.

메이저 대회 주니어 단식 준우승은 역대 네 번째다. 앞서 한국 선수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주니어 단식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1994년 전미라, 1995년 이종민, 2005년(이상 호주오픈) 김선용의 준우승이었다.

지난 6월 경북 김천에서 열린 국제퓨처스 대회에서 한국 선수 역대 최연소(17세1개월) 단식 우승 기록을 세운 정현은 무서운 기세로 윔블던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담이 큰 메이저 대회였지만 정현은 4강까지 모든 상대를 2-0으로 완파하며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다.

특히 3회전에서 주니어 세계랭킹 1위 닉 키르기오스(18·호주)를 2-0(6-2 6-2)으로 제압하며 세계 테니스 팬들에게 정현이라는 이름 두 글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정현은 향후 전망을 더욱 밝게 했다.

정현은 경기 초반 몸이 덜 풀린 듯 퀸지에게 허무하게 2게임을 내주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다. 서서히 백핸드샷이 살아난 정현은 퀸지의 서브게임을 연달아 브레이크하며 게임스코어 5-3까지 앞서갔다.

위기에 몰린 퀸지는 서브로 해법을 찾았다. 더블폴트를 자주 저지르기는 했지만 1세트 중후반부터 수차례 서브에이스를 꽂아 넣으며 정현을 흔들었고 결국 게임스코어 7-5로 1세트를 챙겼다.

2세트는 시소게임 양상으로 흘렀다. 정현이 한 게임을 따내면 퀸지가 곧바로 따라 붙었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현은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하며 흐름을 잃었다.

게임스코어 2-2 상황에서 오른쪽 발바닥에 물집이 생긴 정현은 의료진으로부터 간단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다시 코트에 섰다.

부상 투혼을 발휘한 정현은 곧바로 상대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하며 게임스코어 3-2까지 앞서나갔지만 퀸지에게 또다시 추격을 허용하며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뒷심에서 승부가 갈렸다. 급격한 체력 저하를 보인 정현은 퀸지의 강력한 서브에 밀려 연이어 점수를 잃었고 2점을 챙기는데 만족했다.

현지에서 경기를 지켜본 윤용일(40·삼성증권) 코치는 "(준우승을 차지한 정현이)자랑스럽다, 최선을 다한 정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주원홍(57) 대한테니스협회장은 "승패를 떠나 정현의 플레이와 정신력에 갈채를 보낸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정현의 플레이는 한국 테니스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앞으로도 전도 유망한 주니어 선수들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정현은 오는 8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할 예정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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