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은 문화전문기자 = 호주 출신 세계적 스타 휴 잭맨(45)이 25일 개봉하는 ‘더 울버린’을 알리러 왔다. 잭맨의 내한은 네 번째이며 우리나라는 ‘더 울버린’ 월드투어 첫 방문지이자 아시아 에서는 유일하다. 15일 오전 서울 시내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국내 뿐 아니라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 아시아 9개국에서 온 취재진으로 성황을 이뤘다.

캐나다 몬트리얼에서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 촬영중이라 영화 속 돌연변이 히어로 울버린처럼 수염을 기르고 등장한 잭맨은 아시아 다른 국가를 찾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 인사로 입을 연 잭맨은 “서울 홍보대사로서 한국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사실은 더 길게 체류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서 아쉽다”고 말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갈 수 있는 나라는 한국뿐”이라며 “어제 저녁 코리안 바비큐를 먹었는데, 한국음식이 그만큼 뛰어나고 맛있다”고 칭찬했다. 회견 도중 “감사합니다”라는 우리말을 종종 사용하며 ‘친한파’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잭맨은 2000년 개봉한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엑스맨’을 시작으로 13년간 6편의 영화에 울버린으로 출연했다. 슈퍼히어로 캐릭터로는 최장기, 최다편수에 출연한 것으로 집계된다.

-오랜 기간 울버린으로 출연해 온 소감은 어떤가. ‘엑스맨’이라는 타이틀이 들어가지 않는 영화는 이번이 처음인데.

“오랫동안 울버린 역을 맡다보니 200~300년 나이를 가지고 있는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더욱 어울리게 됐다. ‘더 울버린’은 일본에서 지금까지 시리즈와 다른 새로운 인물들로 구성해 촬영했다. 예전 시리즈처럼 흥미진진한 액션들도 있지만, 울버린이라는 캐릭터를 보다 가깝게 느껴지면서도 심도 있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리게 된다.”



-13년 세월동안 전혀 늙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상태가 좀 좋은 편이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짐으로 운동하러 가는 엉망인 모습을 봤다면 그런 말이 안 나왔을 텐데. 신체적으로 단련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매일 새벽 네 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면 집사람도 짜증을 낸다. 울버린 역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역할을 즐기고 있다.”

-13년간 울버린을 연기하다보니 실제 삶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을 듯하다.

“오랫동안 이 역할을 맡은 것이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좋았다. 평소의 분노와 불만을 세트에서 다 소진하고 집에 가면 행복한 상태로 있는다. 울버린을 집에 데리고 가지 않는다는 것이 철칙이다. 울버린 역을 맡게 된 것은 배우로서도 엄청난 기회였다. 내가 울버린이기 때문에 사심이 들어간 대답이기는 하지만, 울버린은 그 어떤 만화 속 캐릭터보다도 흥미롭고 복잡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울버린을 상징하는 클로(손등 위로 솟아오르는 발톱)를 다루기는 어렵지 않은지. 소장하고 있는 클로가 있는지.

“13년 동안 클로를 훨씬 더 잘 사용하게 됐다. 스튜디오에서 최초로 만든 클로는 진짜 칼처럼 위험해서 실제로 미스틱을 찔러서 상처를 입혀 피가 난 적이 있다. 미스틱이 ‘울버린이 나를 찔렀다’며 울기도 했다. 다른 스턴트맨들이 칼과 클로를 워낙 잘 다뤄줘서 내 2, 3㎝ 앞에까지 무기가 들어와도 안전하게 촬영했다. 보통 영화 소품들은 소장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영화가 끝나면 없어지곤 한다. 나도 ‘엑스맨2’를 찍고 나서 다른 사람이 가져갈까봐 클로를 가방에 슬쩍 넣었는데 이를 잊고 있다가 공항 보안요원에게 걸린 적이 있다. ‘엑스맨’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는지 ‘왜 대체 칼을 여섯개나 가지고 있느냐’며 뒤로 불러들여 이에 대해 한참 설명을 해야했다. 하하하.”

- ‘레미제라블’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번 영화는 어느 정도의 흥행을 기대하고 있는지.

“한국이 ‘엑스맨’ 시리즈를 사랑해줘 고맙다.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기에 팬들의 사랑에 항상 감사한다. 내가 거리를 걷거나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만난 팬들이 영화에 대해 솔직하고 진솔하게 말해주곤 하는데, ‘울버린 캐릭터에 가장 가깝게 묘사가 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번 영화에서 가장 자랑할만한 장면은 무엇인지.

“초고속열차 위에서의 액션신이 가장 공들인 장면이다. 초인간적인 능력을 쓰는 게 아니라 인간적인 차원에서 결투를 벌이는데, 굉장히 창의적이면서 스펙터클하다. 13년 전부터 울버린을 주인공으로 일본을 배경으로 하는 코믹 북 스토리를 봤고, 그때부터 영화화하고 싶어서 계속 스튜디오와 얘기를 해오다가 지금에 와 영화화할 수 있어서 굉장히 기쁘다. 13년 동안 울버린을 연기하면서 보다 멋진 캐릭터로 만들 수 있었다. 200~300년간 울버린으로 살아야하는 복잡미묘한 캐릭터를 인간적으로 보여줄 수 있었다.”

-이번 영화에서 여러 명의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데 가장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누구인지.

“맨골드 감독과 내가 강력하게 주장한 부분들이 울버린이 만화책에서는 세상을 구하는 영웅이면서 여러 명의 여성 캐릭터와 관계를 맺는 로맨스, 복잡 미묘한 감정이 여성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에서는 네 명의 리드 여성 캐릭터가 나온다. 또 할리우드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것이 하나 있는데, 주요 영화에 출연하지 않았던 배우들을 주요인물로 캐스팅돼 연기했다는 점이다. 이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일본 출연진에게 감사한다. 그 점에서 신선하고 다른 차원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차기작인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를 소개해달라.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이야기기 때문에 다른 캐릭터들은 나이들게 분장을 해야해 힘들었을 것이다. 울버린은 나이를 안 먹기 때문에 분장이 필요없다. 스포일을 안 하는 선에서 얘기하자면, 첫 번째 오리지널 캐릭터들이 그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들로 모두 다 나온다. ‘더 울버린’의 쿠키 영상을 보면 다음 영화에 어떤 것을 기대할 수 있을지 맛보기가 될 것이다.”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리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에 가족들을 위한 선물로 사고 싶은 것이 있는지.

“지난번에는 한복과 인형을 딸에게 선물해줬고, 아들 방에는 태극기를 걸어놓고 있다. 아내가 행복해야 내 생활이 편안해진다. (“해피 와이프, 해피 라이프”) 아내가 기뻐할 선물을 마련하려 한다. 어제 SBS와 인터뷰를 했는데, 개 한복을 선물해줬다. 우리 개는 수놈인데 여자 한복을 받은 것 같다. 개한테는 여성복이라는 것을 얘기하지 않겠다. 하하. 개 산책시키는 파파라치 사진에 개가 한복을 입고 있으면 그 선물이라고 보면 된다.”

-한국에 좀 더 길게 머무르고 싶다고 밝혔는데, 한국영화에 출연할 가능성은?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도둑들’이라는 한국영화를 인상깊게 봤다. 한국 영화팬들의 자국영화에 대한 사랑이 큰 것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한국영화에 출연하게 된다면 영광이다. 관심있는 영화사나 감독들은 연락하기 바란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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