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 강소영·전주의제21추진협의회 사무차장

딸아이가 집에 친구를 데리고 왔다. 몇 달 전엔 송아지 한 마리 가격이 1만원도 안된다고 하는데 왜 쇠고기 값은 그렇게 비싸냐며 소 키우는 농가만 손해 보는 상황에 분을 냈을 정도로 사회적 문제에 부쩍 관심을 갖는 13세 아이다. 두 아이에게 내가 물었다.

“두 종류에 사과가 있어. 첫 번째 사과는 천원에 두 개를 살 수 있어. 이 사과는 농약이나 비료를 주지 않아서 크기도 작고 모양도 덜 예뻐. 그런데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영양소는 충분히 들어있고 땅도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어. 두 번째 사과는 천원에 세 개를 살 수 있어. 이 사과는 때때로 농약도 주고 비료도 잘 주어서 예쁘고 큼지막하게 잘 자랐지. 그런데 첫 번째 사과보다 영양소가 적어. 그리고 땅이 점점 건강함을 잃어가고 있어. 너희들은 어떤 사과를 먹을래?” 두 아이 모두 첫 번째 사과를 택했다.

조금 덜 먹더라도 나와 땅을 건강하게 하는 사과를 먹겠다고 자신들의 입으로 이야기 했다. 많이 먹을 수 없는데? 라고 되물었음에도..   전 세계는 지금 식량과 자원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그러나 식량위기가 아직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 것 같다.

경제적 능력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기가 더욱 심각해진다면 내 딸아이가 어른이 될 때쯤에는 더욱 더 어려운 숙제가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부모된 도리로서, 식량과 자원의 위기 속에서도 국민들의 먹을거리를 챙기는 것이 가능한 소위 말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것을 지금부터 준비해두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식량과 자원위기에서 안전할 수 없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한 두가지의 정보가 있다. 첫째는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이 30%가 채 안 된다는 거다. 아침밥상 중 밥을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수입산 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얼마 전부터 농산물 가격이 올라가 부담이 된 이유도 아마 이것 때문일 것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농산물중 유기농산물은 10%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오늘 아침밥상에 올라온 것들 중 유기농산물은 한 가지도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농약과 비료. 각종 농자재들이 모두 석유제품에 의존하고 있다. 결국 땅의 기운도 점점 약해져 화학재에 더욱 의존해야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 같았다.

석유와 식량위기가 더 심각해지면 도시사람들은 굶어죽거나 농민들에게 먹을 것을 구걸해야하나, 귀농해서 농사를 직접지어? 그러면 중국이나 칠레에서 농산물 가격을 올려도 우리집 밥상은 안전하겠지... 하지만 당장 그럴 수 없는 노릇이었다.

나만 잘 먹고 잘살면 행복해 지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우리 농업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간절한 소망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농민들만 변해서 가능한 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사실 더욱 취약한 것은 도시의 시민들이지 않는가? 도시민들이 지혜로워져야만 한다. 딸아이와 친구가 선택한 것처럼 첫 번째 사과를 선택하는 지혜를 가져야할 것이다.

우리는 첫 번째 사과를 일구어가는 사람들을 찾았다. 10명의 농사꾼이 모여 있는 진안의 작은 공동체였다. 어떤 분들은 완전히 자연농법을 실행하고 있었고 어떤 분들은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분들이었다.

이 작은 공동체가 농촌과 도시, 땅과 내 딸 호인이의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농작물을 생산할 수 있도록 우리가족은 이분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시골식구 5가정, 도시식구 10가정이 함께하게 되었다.

외국에서는 우리가 하는 일을 CSA라고 부른다했다. 공동체를 지원하는 농업이라고 영문으로 표기되어 있지만 supported를 sustainable로 바꾸어 지속가능한 농업 공동체로 바꾸면 더 좋을 듯싶다.

우리 딸 호인이가 살아갈 2030년쯤엔 전북지역은 세계 식량위기가 닥쳐도 끄떡없을 생산과 소비 공동체가 만들어져 있기를 희망해본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