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로이 킴(20)은 엠넷 '슈퍼스타K 4' 우승자다. 지난달 말 첫 정규 앨범 '러브 러브 러브'를 발표했다. 미국의 컨트리스타 테일러 스위프트(24)보다는 영국의 포크싱어송라이터 로라 말링(23)에 더 가깝다.

이들 셋은 컨트리와 포크를 기반으로 하는 20대 초반의 싱어송라이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컨트리에 기반하면서도 발랄하게 동시대의 감성을 노래하는 스위프트는 최근 성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포크 기반에 옛것 또는 성숙한 감성을 노래한다는 점에서 로이킴은 말링의 카테고리에 묶인다. 물론 말링의 감성이 우울함에 젖어든 반면, 로이킴의 그것은 싱그럽다.

조숙하다는 느낌이다. 로이킴은 "어렸을 때부터 외국에서 홀로 살아서 부모와 떨어져 지내다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일찍 철이 든 것은 아니에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찍 나이가 들은 부분이 몸에 배인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러브 러브 러브'는 '슈퍼스타'에서 선보인 감성과 면모를 그대로 가져온 결과물이다. 포크와 컨트리가 주축이 된 음반으로 아날로그 감성을 물씬 풍긴다. 특히 앨범에 실린 9곡 전곡을 작사·작곡하며 싱어송라이터의 면모를 뽐냈다. "어렸을 때부터 김광석 다시 부르기,이문세 전집을 모아놓고 쭉 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데이미언 라이스도 자주 들었죠." 전국 투어 중인 그가 콘서트에서 부르고 있는 김광진(49)의 '편지' 역시 이런 감성의 연장선상이다.

노랫말에 유독 '그대'가 많다. 자신이 만든 곡은 아니지만 즐겨 부르는 '편지' 역시 가사에 '그대'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젊은 세대는 잘 쓰지 않는 말이다. "좋아하는 사람을 이야기하는데, 저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대중에게 전해주는데 '그대'라고 존대를 쓰는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제 경험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도 있고요."

포크와 컨트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기교를 부리지 않아서다. 그런데 유독 가성이 많다. "제가 부를 때 편안한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 가성을 써요. 제가 악을 써서 노래하면 더 불편함이 느껴지더라고요."
 

 

앨범 발매일인 지난달 25일 쇼케이스 당시 자신의 음악에 대해 "자극적인 MGS보다는 천연소금이 들어가길 바라죠. 지금까지 들어보지 못한 편안한 곡이라서 오히려 자극이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제 음악이 그리운 면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 10대들이 듣기 어려울 수 있는 장르인데 익숙한 부분이 있죠. 못 들어봤지만, 이내 들어보면 익숙하고 공감할 수 있는 곡을 만들고 싶어요."

어느덧 프로페셔널의 분위기를 풍기는 로이킴은 "'슈스케'때는 무대에서만 잘하면 됐는데 이제 무대 뿐 아니라 음악 외의 활동도 잘 해야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말했다. 그래도 "너무나 운이 좋고 잘 되고 있어서 기쁘다"며 즐거워했다.

이대로 잘만 커가면 블루스 기반의 포크싱어송라이터 존 메이어(36)처럼 될 수도 있을 듯하다. 로이킴은 그러나 "존 메이어는 천재"라며 손을 내저었다. "제 곡은 장조와 쉬운 코드들이 많아요. 메이어의 음악 성향은 좀 다른데 게다가 음악사에 획을 그은 분이죠. 저는 팝적인 요소도 많이 아우르죠. 빠르게 변화하는 음악시장에서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티스트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남들이 들어주길 바라면서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잖아요. 최대한 많은 분들에게 좋은 음악을 알려주고 싶을 뿐예요."

자신의 실력과 외모 덕도 있지만 '슈스케'를 제작한 곳으로 음악산업계의 큰손인 CJ E&M 덕분에 단숨에 주목받은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나중에 발목을 잡을 위험도 있다. "'슈스케'는 저를 알리는데 너무 큰 도움을 준 프로그램이에요. '슈스케'를 졸업한만큼 음악을 잘하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해요."
 

 

로이킴을 인터뷰한 날은 그의 1집에 실린 '봄봄봄'이 1인밴드 어쿠스틱 레인의 '러브 이스 캐넌(Love is Canon)'을 표절했다는 시비에 휘말리기 며칠 전이다.

'러브러브러브' 발매 전 미리 공개됐던 '봄봄봄'은 4월 발표 당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노르웨이의 신스팝 밴드 '아하'의 '테이크 온 미(Take On Me)'와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로이킴 측이 강력하게 부인하고, 분위기는 유사하지만 표절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싶어 관련 질문은 하지 않았다. 로이킴은 대신 표절 시비에 대해 소속사 CJ E&M를 통해 "여러 가지 일들로 심려끼쳐서 죄송하고 앞으로 좋은 음악으로 응원해주는 팬들께 실망을 주지는 않겠습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로이킴은 표절 시비가 정점에 이른 15, 16일과 이후에 CJ E&M과 '봄봄봄'의 공동작곡가 배영경씨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자신의 말을 전하고 있다. 잠깐이나마 만나본 로이킴은 '엄친아' 이미지 그대로 건실하고 겸손해보였다. 이런 그가 직접 나서서 표절에 대해 해명했으면 했다. 당장은 상처가 클 것 같아도 로이킴이라면 충분히 이겨낼 법했다. 그것이 더 성숙할 수 있는 길이고, 음악이 더 깊어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아쉽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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