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동사진관'2인전

▲ 박홍순 作 '해운대'

‘서학동사진관’(관장 김지연)은 전주에서도 개발이 덜된 서학동, 호젓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사진 전시장이다.

중견사진작가인 박홍순 작가(월간미술 사진기자)와 대구 계명대학교 교수인 이규형작가가 전주 사진애호가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직접 작품을 가지고 내려와 이곳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먼저 박홍순의 우리국토 바로보기, 백두대간을 찍은 사진은 우선 외형적으로 말하자면 흑백사진 계조(階調, gradation)의 전설인 안셀 아담스의 탄탄한 이론을 기초로 금산, 자병산, 새만금, 여자만, 한강, 동강, 해운대 등 우리의 강토를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예전의 절묘한 자태를 자랑하던 금수강산의 모습 이라기보다는 여기저기 뼈를 들어낸 돌산, 산 정상에 문신처럼 도드라진 핼리포트, 갯벌을 막아 숨통을 조인 서해안, 무분별하게 물위로 들어난 한강의 철근 교각 등, 난도질당한 이 강토의 뼈아픈 현실에 대한 자각이며 무감한 환경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는 1997년부터 대형카메라를 둘러메고 설악산을 오르내리며 우리 국토를 찍기 시작해 ‘백두대간 전. 1999년 조흥갤러리’. ‘한강 전. 2005년 노암갤러리’. ‘서해안 전. 2008 한미사진미술관’. ‘대동여지도 계획 중간보고서 2012년 한미사진미술관’ 등으로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사실의 구현이 때론 신화보다 더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경우도 있다. 이주형의 풍경은 사실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데 몽환적이다.

이주형은 뉴욕유학시절 핀홀카메라. 폴라로이드로 찍은 ‘기억의 풍경. 1999년 80 East Gallery’ 전에서 흔들리는 기억의 아련한 정서를 끄집어냈다.

그 뒤로 ‘보이지 않는 기억. 2004년 스페이스 129’. ‘자취. 2008년 스페이스 129’ 등에서 때로는 보이는 대상의 존재에서 보이지 않는 부존재의 기억을 환기시키며, 현장사진의 지워지지 않는 환각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대상들을 등장 시키고 환치시킨다.

이번 전시사진 ‘AS 시리즈’에서는 목가적인 풍경들이 화면의 영상처럼 조용히 다가선다. 10년, 30년, 혹은 그 전에 보았던 풍경 같다.

아니 방금 관목과 미루나무 개망초 꽃이 핀 수풀사이로 난 작은 길 사이를 걸어서 빠져 나온 것 같기도 하다. 현실 같기도 하고 허구 같기도 하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이병재기자 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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