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한국영화 기대작 두 편이 함께 개봉한다. 재난 블록버스터 ‘감기’(감독 김성수)와 스릴러 ‘숨바꼭질’(감독 허정)이다.

‘감기’는 밀입국한 동남아인들에 의해 변종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경기 성남 분당 지역에 퍼지면서 벌어지는 국가 재난사태를 그린다. 순제작비 1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숨바꼭질’은 남의 집에 숨어사는 사람들과 그들로부터 가족과 집을 지키려는 이들의 이야기다. 순제작비 30억원인 상대적으로 작은 영화다.

장르가 다르고, 스케일이 다르며, 하려는 이야기도 다르지만 두 영화에서는 ‘모성애’가 중요한 포인트다. 이 모성애는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여배우들이 책임지며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끈다.

‘감기’에서 모성애는 감염내과 전문의 ‘인애’를 열연한 수애(33)를 통해 표출된다. 딸 ‘미르’(박민하)를 변종 조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지키기 위해 의료인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직업윤리도 벗어던진 채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기까지 한다. 도덕적으로 비난 받을 수밖에 없는 행동들이지만 그 누구도 인애에게 돌을 던질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나도 그러지 않는다고 섣불리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이기 이전 엄마의 모습을 미혼인 수애는 너무도 생생하게 잘 표현해냈다.

스릴러 영화 ‘심야의 FM'(2010)에 이어 두 번째, 올해 SBS TV 드라마 ‘야왕’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로 엄마 역을 맡았다. ‘야왕’에서 딸이었던 박민하(6)는 ‘감기’에도 딸로 나왔다.

수애는 “전작인 ‘심야의 FM’에 이어 이번에도 엄마 역할을 맡게 됐다. ‘심야의 FM’때는 아이와 동선이 달랐다. 하지만 이번엔 아이와 늘 함께 있게 됐다. 그래서 어떻게 호흡을 해야할 지가 고민이었다. 게다가 싱글맘을 잘 표현할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면서 “감독이 그런 부분을 잘 이끌어내줄 자신이 있다고 격려해줘서 몰입을 하는데 많이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특히 “모성애를 떠나서 현실에서도 내 아이의 목숨이 위험하다면 나도 아이를 구하려 애썼을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숨바꼭질’에서는 두 엄마가 모성애를 나눠 담당한다. 전미선(43)의 ‘민지’와 문정희(37)의 ‘주희’다. 두 엄마 모두 의문의 인물로부터 자신의 피붙이와 집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문정희의 경우 450만 관객을 모은 재난 호러 ‘연가시’(2012)에서도 가공할 연가시 바이러스로부터 자녀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엄마 ‘경순’으로 모성애 연기의 절정을 보여줬다. 기혼이기는 해도 자녀가 없는 문정희는 1년이 흘렀지만 아직 아이는 없다. 그럼에도 실감나는 모성애 연기는 여전하다.

경탄하는 관객들과 달리 문정희는 “주희는 딸 ‘평화’와 자신의 가정을 지켜야 한다는 집념이 강한 캐릭터다. 내 안에 있는 그런 면들을 극으로 끌어 올려 연기했다”고 담담히 말했다.

크리스 에번스(32) 틸다 스윈턴(53) 송강호(46)의 450억원 대작 ‘설국열차’(감독 봉준호)와 하정우(35)의 스릴러 ‘더 테러 라이브’(감독 김병우)가 6대 3으로 나눠 갖고 다른 영화들이 1을 쪼개먹고 있는 여름 극장가에서 두 영화가 새로 동시 개봉한다는 것은 생존경쟁이나 다름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정희와 수애는 친한 사이다. SBS TV 드라마 ‘천일의 약속’(2011)으로 만나 우정을 나눠오고 있다. 수애가 문정희에게 스스럼 없이 모성애 연기 비결까지 물어볼 정도다.

문정희는 “수애씨는 ‘연가시’가 개봉했을 때 ‘감기’를 찍고 있었는데 ‘모성애 연기 어떻게 하느냐?’고 묻더라”면서 “워낙 연기를 잘하는 친구니 연기를 물었다기보다는 영화가 잘 되니 축하해주는 의미였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수애씨의 느낌이 좋다. 늘 노력하는 모습이 훌륭하다. 사실 ‘감기’가 좀 늦어져서 우리 영화와 같은 날 개봉하게 됐는데 ‘감기’도 잘 되고 우리도 잘됐으면 한다. 수애씨를 응원한다”며 애정을 표했다.

수애도 “본의 아니게 ‘숨바꼭질’과 경쟁하게 됐다. 문정희씨 뿐만 아니라 ‘숨바꼭질’ 제작사 대표와도 친분이 있다”며 “언론시사회 후 굉장히 반응이 좋다고 들었다. ‘감기’ ‘숨바꼭질’ 두 작품 모두 잘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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