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이근석 전북의제21 농업농촌분과위원장

누구나 늙으면 아니 어느 정도 나이가 들면 농촌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꼭 돌아가야 할 곳으로 보거나 구체적 계획을 세운 것은 아니더라도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많다.

아마도 이런 바람을 가진 이들은 어린 시절을 농촌에서 보냈을 것이고, 그 곳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고 도시에서 생활 하고 있을 것이다.

때론 지친 심신을 치유하고픈 마음에 향수에 젖어 하는 소리일 것이라고 여기기도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농촌의 현실을 모르거나 외면하거나 심하게는 현실과는 상관없이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현재 자신이 생활기반으로 하고 있는 도시에서 농촌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할까? 귀촌을 계획하고 있다면 농촌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을까? 대개 귀향하거나 농촌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은 농촌을 삶의 터전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지금의 농촌에 얹혀서 향유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고령화되어 가구 수가 채 20가구도 되지 않으며 아이의 울음소리가 그친지 오래된 모습을 상상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 밖을 나서면 넓은 들판의 곡식들이 익어가고, 아침에 닭 울음소리가 들리고, 둑방에는 한가로이 소가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을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몇 전부터 국가는 농업으로는 국가 경쟁력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을 했는지 농가수를 줄이고 대농과 특용작물, 후계자 양성 등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농촌을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모든 행정부처가 농촌의 아이템을 찾아 지원하는 사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 현재의 모습이다.

작물의 자급자족을 할 수 없게끔 내 몰았다가 식량 자급의 문제가 시급하자 농촌을 살려야 한다고 목청을 세우고 있다.

농가 소득을 위한 저온저장고를 지어 주고 마을의 특색을 살려 경제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설을 지원하고, 경로당을 신축하고 마을의 담장을 치장하면 농촌이 잘 살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

정작 가장 중요한 농촌의 공동체를 복원하고자 하는 노력은 없다. 이웃의 정을 되살려야 한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 몇 명이, 뛰어난 지도자가 정부 돈을 가져오는 사업 지원금으로 농촌이 과연 되살릴 수 있을 것인가? 공동체가 살아나고 이웃의 정이 어우러지는 살 맛 나는 농촌이 될 것인가?   진안에서 벌써 10년 넘게 마을만들기 사업을 해 오고 있다.

그 안에는 주민들의 자립심을 높이는 교육도 있고, 이웃을 정을 살리는 공동체 복원을 위한 내용도 있고, 귀농인을 위한 마을간사 제도와 정착을 위한 다양한 상담과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자생조직이 만들어지고 경제수익을 위한 부단한 노력 또한 지속적이다. 이런 제도는 전국적 모델이 되어 국가정책에 반영되고 선진지 견학지로 유명세도 떨치고 있다.

  이런 좋은 사례를 한 단계 더 발전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농촌 혼자 힘으로는 부족하다. 도시가 이웃으로, 좋은 파트너로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농산물을 믿고 구입해 주고, 농촌의 부족한 자원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농촌의 역사, 문화자원을 발굴해서 드러내고 빛내는 일은 농촌에서만의 노력으로 부족한 일이다. 이 외에도 농촌 혼자 힘으로 해결 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같이 고민하고 어려운 점을 함께 나눠야 할 것이다.

우리 생명의 근원을 이루는 곳이 농촌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우리도 살 수 있을 것이다. 농촌 없이 도시 없고, 도시 없이 농촌이 없다는 공생의 의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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