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화-역사 자원 활용 주민 삶의 질 향상

▲ 정읍시 영원면 슬로시티예비지구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최형진 매니저, 곽형주 추진위원장, 이원상 영원면장.

정읍 영원면은 백제시대 고분, 은선리 3층 석탑 등 역사 자원이 풍부한 곳으로 주민들의 힘만으로 길거리 축제, 향토사박물관 운영을 추진중이다.

외부전문가를 매니저로 영입하여 행정과 주민의 협력체계와 도농상생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 한다. 면사무소, 추진위와 함께 협력체계를 잘 갖추어 열심히 뛰고 있는 최영진 슬로시티매니저를 만나 최근 영원면 슬로시티예비지구 활동 상황을 들어보았다.

 - 영원면은 어떤 곳인가?

▲ 정읍시 서부에 있는 영원면은 인구가 전주시 덕진구의 1%정도인 2,100여명입니다. 그 중 40%가 65세 이상으로 고령화 현상이 심각합니다.

백제시대에는 정치, 경제, 문화, 군사, 해양의 중심지였기 때문에 농경문화와 역사 유적이 많이 남아 있고, 주변에 오염원이 없는 청정지역이예요. 울력, 복달음, 시암제, 당산제 등 지역공동체의 전통이 살아있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주민들이 사는 곳입니다.

- 전북형 슬로시티 사업이란?

▲ 현재 우리 농촌은 고유의 지역공동체와 순환 경제가 무너져 내렸다고 할 수 있죠. 농촌의 순환 경제 시스템과 면 단위 지역공동체를 회복하여 주민들의 삶의질을 높이는 운동이라고 해석하고 있는데요, 농촌에 적합한 순환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면 주민의 힘에 의해 주도되고, 지역의 자연, 역사, 문화, 경관 자원이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다 같이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슬로시티 예비지구는 어떤 곳인지?

▲ 말 그대로 슬로시티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주민들이 예비하고 준비하는 지역입니다.

주민들이 슬로시티 개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공감대를 조성하고, 주민들이 어떤 일들을 실천할 것인지를 정하고, 추진 조직을 구성해서 역량을 강화하는 일종의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슬로시티 매니저의 역할과 활동하게 된 계기는?

▲ 슬로시티 매니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지역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기획하는 것과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역할인 것 같습니다.

사업의 구심점 역할이라 할 수 있겠죠. 영원면 길거리문화제를 준비하면서 어르신들과 인연이 되었고, 이 인연을 계기로 영원면에 슬로시티의 가치를 그려내 보고 싶어 매니저 활동을 자임했어요.

- 주민들이 슬로시티를 추진하게 된 동기는?

▲ 영원면은 유․무형의 역사·문화 자원을 많이 갖고 있어요. 고분과 토성, 석탑이 있는데 이런 지역은 개발 중심의 발전 보다는 보존 중심의 발전 전략이 적합하다고 보는 것이지요. 주민들이 지역의 역사·문화 자원에 대한 자긍심과 활용 의지가 대단하고, 공동체 역량도 강력해요. 어르신들이 지혜로우신 거지요. 수십 억 원이 투입되는 개발 사업보다는 적은 예산이지만 지역에 가장 적합한 전북형 슬로시티 사업을 선택해주셨어요.-

어떤 활동을 하고 또 계획하고 있는지?

▲ 핵심 목표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죠. 지역의 풍부한 문화, 역사 자원을 이해하고 향유하는 삶이 수준 높은 삶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 주민들이 사업 방향을 잘 이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각 마을별로 설명회를 갖고 선진지견학도 다녀왔는데요. 영화도 보고, 복날 음식도 같이 나누며 재밌게 진행하고 있어요. 주민 문화 해설사를 양성하고, 주민들이 직접 고분의 풀도 베고, 주변 숲도 관리하는 사업도 기획하고 있어요. 이런 사업을 추진할 주민 조직 구성에 무게를 두고 추진 중입니다.
 

- 활동하면서 제일 어려운 점은?

▲ 예산보다도 사람이 핵심입니다.

그런데 고령화로 인해 젊은 층이 없어서 사업의 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요. 저도 외지인이지만, 앞으로 농촌을 살리기 위해서는 농촌에서 활동하는 인력이 늘어나야 하고, 관련된 활동이 좀 수월해야 하는데,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네요. “마실 다녀온다”는 표현이 낯선 시대입니다.

면 단위로 참여 마을들의 공동체성이 회복이 우선인데 이 또한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마을과 마을의 교류와 협력을 위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할 것 같고요, 가장 어려운 점은 여전히 개발과 보조금 지원에 익숙해져있는 분위기를 어떻게 바꿔갈 것이냐 하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앞으로 활동계획과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 우선 연말에 전북형 슬로시티 본 지구로 지정이 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이를 계기로 영원면이 국제 슬로시티까지 도전하는 과정을 어르신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앞으로 농촌을 지키고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문화향유기회가 많아지고 소득사업도 다양해져서 함께 행복을 누리면 좋겠습니다.

전통적 생활방식을 지키고 그 지역의 역사, 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져야 삶의 질 또한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눈 앞에 보이는 지원이나 개발보다는 그동안 지켜온 공동체 문화의 소중함을 선택해주신 마을 어르신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공동체가 살아나고 이웃의 정이 어우러지는 영원면을 위한 이들의 노력은 주민들의 웃음 속에서 행복이 묻어나는 살 맛 나는 농촌으로 빛을 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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