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설국열차’(감독 봉준호)가 개봉 19일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자연스레 주·조연들 외 배우들이 누구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크리스 에번스, 존 허트, 에드 해리스, 틸다 스윈턴, 제이미 벨 등 유명 서양배우들이 출연했다. 한국배우로는 송강호와 고아성이 주요배역을 차지했지만 이들 말고도 눈에 띄는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의 정체를 알고 싶어 한다.

수많은 다국적 출연자들 중 눈에 익은 얼굴생김이기는 하나 이름과 나라가 파악 안 되는 아시안 배우들에 대한 정보를 찾는 관객이 적지 않다. 포털사이트에서 ‘설국열차’를 검색하면 일본인 장교, 동양인 군인 등이 자동완성 검색어로 걸릴 정도다.

메이슨 총리(틸다 스윈턴)와 함께 다니는 일본인 장교 역은 한국계 미국배우 스티브 박이 연기했다.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데뷔해 할리우드 영화에 단역으로 주로 출연했다. 나이 등 자세한 프로필은 찾기 힘들다. 뉴욕주 베스털 고교를 졸업한 한인으로만 알려져 있다. 봉 감독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으로 손꼽는 코언 형제의 아카데미 수상작 ‘파고’(1996)에 출연했다. 극중 만삭의 시골경찰서장 마지(프랜시스 맥도먼드)에게 치근덕대는 고교 동창생 마이크 야나기타 역을 연기했다. 일본계 미국인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며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로부터 격렬한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그는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들이 어떻게 다뤄지는지를 폭로하고, 미디어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보다 긍정적으로 다뤄줄 것을 요구하는 개인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주인공(마이클 더글러스)이 한국을 비하하며 한국인 식료품점 주인을 때리는 장면으로 논란이 된 ‘폴링 다운’(1997)에서는 브라이언 형사 역을 맡았다. 당시 한국동포 역은 중국계 배우가 연기했다. 코언 형제의 또 다른 작품 ‘시리어스 맨’(2009), 한국계 미국 감독 크리스틴 유가 연출하고 강혜정이 주연한 ‘웨딩팰리스’(2013)에도 출연했다. 유명 코미디 버라이어티쇼 ‘인 리빙 컬러’(1990~1994)에서는 일본 행위예술가 오노 요코, 중국계 앵커 코니 정 같은 유명 아시아인들을 흉내내 웃음을 안겼다. 스파이크 리 감독의 ‘똑바로 살아라’(1989)를 본 후 한인비하 시비를 부른 한국계 식료품가게 주인 역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열차 내 사우나 칸에서 벌어지는 총격 신에 등장하는 동양인 군인도 미남이라는 찬사를 듣고있다. 김명민을 닮은 서늘한 눈매로 한국인이 아니냐는 오해를 낳았지만, 켄드릭 웡이라는 이름의 중국계 배우다. 1975년 필리핀 마닐라 태생으로 5세 때 캐나다 토론토로 이민했다. 런던에 거주하며 스테이지 컴뱃(무대 싸움)을 교육받았고 다양한 중국무술을 구사한다. 지금은 주로 체코에서 활동하고 있다.



중국인 꼬마 첸 역을 맡은 어린이는 뜻밖에도 한국인이다. 지난 11일 ‘설국열차’ 인천·경기 지역 무대인사에 깜짝 등장한 박성택(10)이다. 남궁민수(송강호)에게서 성냥을 날쌔게 빼앗아갔다가 횃불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역이긴 하지만 ‘헬로우 고스트’, ‘조선명탐정 정약용’, ‘타워’, ‘아저씨’ 등의 영화에 출연했고 어린이 뮤지컬과 독립영화에도 여러 차례 나왔다.

설국열차’의 백지선 프로듀서는 “동양인 병사 역의 배우는 ‘설국열차’의 세트가 마련된 체코에서 현지 오디션을 진행해 발탁했으며, 체코에서 동양인 아역을 찾기가 어려워 박성택군을 한국에서 오디션으로 뽑아서 프라하로 데려가 촬영했다”고 전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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