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현 전북대 겸임교수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 책 출판

현대는 이른바 ‘미디어 정치’ 시대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미디어에 의존하거나 미디어를 앞세운 ‘미디어 정치’가 범람하고 있다.

정치의 중심 역할을 하였던 정당을 비롯한 정치 기구들의 중요성이 감소하면서 오늘날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미디어를 이용하고, 때로는 조작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는다.

더 이상 미디어 정치는 일상 정치의 한 부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에겐 정치적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일이 되어버렸다.

이처럼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와 정치는 갈수록 떼려야 뗄 수 없는 숙명의 관계에 놓여 있음을 일찍이 간파하고 지속적인 관찰과 연구를 통해 미디얼리티와 정치 프레임 현상을 촘촘히 분석한 ‘이것이 미디어 정치다’(한국학술정보 출판)란 책이 출간돼 눈길을 끈다.

저자 박주현 박사(언론학, 전북대 신방과 겸임교수)는 이 책을 통해 미디어 정치의 현상과 문제점들을 국내 주류언론과 정치 현실 속에서 조명했다.

모두 9장으로 구성된 이 책 곳곳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미디어 정치가 궁극적으로 지향해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제1 장에서 그는 ‘왜 미디어는 정치현실까지 초월하는가?“에 초점을 두고 대한민국의 주류언론, 특히 보수언론들의 보도성향과 미디어 정치의 사례를 면밀히 들추었다.

이어 2장에선 ‘누가 더 강력한 무기를 소유했나?’, 3장에선 ‘왜 정치인들은 이성보다 감성의 소구를 좋아하나?’, 4장에선 ‘누가 미디어 부정주의를 부추기는가?’, 5장에선 ‘미디어에 옮겨 붙은 정치 프레임은 어떤 것일까?’, 6장에선 ‘왜 미디어는 이미지 정치에 역할까?’, 7장에선 ‘왜 그들은 서로를 그리워하며 잊지 못할까?’, 8장에선 ‘고장 난 방송, 고장 난 대의정치, 왜?’란 질문의 제목들을 제시해 시선을 사로잡는다.

또 마지막 9장에선 ‘역의제설정에 주눅 든 전통 의제설정’이란 제목과 함께 언론의 보도 속에서 나타난 미디어 정치 현상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다양한 범주에 녹여냈다.

저자는 책 머리말에서 “미디어가 시공간을 뛰어넘을 뿐만 아니라 갈수록 진화되면서 정치적 현실까지 초월하고 있다”며 “현실(realities)이 곧 미디얼리티(medialities)이며, 정치화(politicization)는 미디어화(medialization), 정치 논리(political logic)는 미디어 논리(media logic), 정치적 지배(political rule)는 미디어에 의한 지배(mediarchy)로 대체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저자는 특히 “한국 언론환경이 겪고 있는 위기의 핵심에는 비합리적이고 편향된 의제설정이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정치인들은 미디어 환경을 곧잘 이용하려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자는 “대중들에게 가능하면 언제든지 널리 알릴 목적으로 조작한 의사사건(Pseudo event, 擬似事件)이 넘쳐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며 “의사사건이 미디어 의제로 옮겨 붙는 사례가 잦아지고, 정치 프레임이 즉각 미디어 프레임화 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저자는 이어서 “이러한 현상은 특히 선거에서 자주 나타난다”며 여론조사를 빙자한 여론조작과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를 집요하게 편드는가 하면 반대 정당이나 후보를 깎아 내리는 불공정 편파보도 등을 그 예로 들었다.

저자는 더 나아가 “진실은 사회를 지탱하는 모든 메커니즘의 기본이며, 진실 밝히기의 노력 없이는 도덕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진실 밝히기는 바로 미디어 활동의 핵심이기에 미디어가 거짓을 말하고 날조하며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죄악과도 같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저자는 “최근의 국내 정치와 언론환경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민주주의가 세월이 흐른다고 자연스럽게 질이 높아질 것 같지가 않다”며 “특히 현재와 같은 언론 상황이 지속된다면 민주주의를 오히려 후퇴시키거나 한국 사회를 더욱 분극화 시키는 동시에 정치를 더욱 갈등의 소용이 속으로 빠뜨리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언론의 정파성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미디어 정치 현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출판 소감을 밝힌 저자는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지방차지단체 기자실 존폐논쟁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제17대 대통령선거에서 나타난 인터넷매체의 의제설정, 의제파급 및 게이트키핑에 관한 연구’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는 또한 20여 년 동안 지역 일간지에 몸담아 언론인으로 활동한 풍부한 현장경험을 살려 2006년부터 동 대학에서 ‘인터넷 매체론’, ‘미디어 정치와 선거’ 등을 강의하고 있으며 현재 겸임교수와 전임입학사정관을 겸하고 있다.

한편 미디어 비평과 정치 평론의 활동을 왕성히 펼치고 있는 저자는 <오마이뉴스>에 ‘지역언론 별곡’, ‘이것이 정치다’ 등을 주제로 600여 편의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 ‘기사를 엿으로 바꿔 먹다뇨?’(2008, 인물과 사상)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2010, 선인, 공저) 등이 있다.

/온근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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