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감독조합 등 영화계 12개 단체는 9일 메가박스의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 상영 중단 사태에 대해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는 문화에 대한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체불명의 단체가 압력을 가했다는 이유로 영화 상영을 중단한 것은 향후 영화계 전체를 위축시키는 중대한 사건"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어 "어떤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금지돼 있는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 중 어디에도 없다"며 "이 사태는 한국 영화계의 위상을 형편없이 추락시키는 국제적 망신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메가박스 측을 협박한 보수단체를 수사당국에 고발하고 천안함 프로젝트를 재상영하라"고 촉구했다.

이준익 감독은 "앞으로 영화인들은 표현의 자유를 스스로 검열하면서 영화를 찍어야 되냐"며 "영화 감독을 비롯한 창작자들이 자기 검열 압박을 받는 것은 대한민국 문화컨텐츠 산업의 가장 큰 저해 요소"라고 지적했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4월30일 정례브리핑에서 "민군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천안함은 북한 장병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했다는 것이 밝혀졌다"며 "공인된 내용을 도외시하고 대중매체를 통해 또 다른 사건의 원인을 제기하면 국민에게 혼란만 초래한다. 상영을 고심해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연출을 맡은 백승우 감독은 "왜 천안함 사건의 진상 규명에 대해서는 종교 이상의 믿음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며 "법원에서 이미 (영화 제작 의도의)진정성을 확인 받았다. 도대체 이렇게 강요하는 분들은 무엇을 원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반박했다.

영화 제작을 맡은 정지영 감독은 "추후 영화인진상규명위원회 발족해 메가박스, 문화관광부 측과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하겠다"며 "필요하면 메가박스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인 조치도 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메가박스는 지난 5일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서는 유일하게 전국 24개 관에서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를 개봉했다.

메가박스 측은 개봉 이틀째인 지난 6일 오후 9시께 제작사 아우라픽처스 측에 "일부 단체들이 극장에서 시위할 것으로 예상돼 관객 간 충돌이 예상된다"며 "관객 안전을 위해 배급사와 협의 후 상영을 중단하고 예매자 환불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우라픽처스 정상민 대표는 "상영 중단은 메가박스 측의 일방적인 통보"라며 "사정에 대한 설명은 있었지만 아우라픽처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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