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의 역사는 길다. 악플러들은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어 ‘허위 사실 유포’ ‘이유 없는 비난’ 등의 악성댓글을 쏟아내 왔다. 이들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악플을 양산한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들이 주요타깃이다. 악플러들은 악플에 반발하는 스타의 팬, 괴로워할 스타를 떠올리며 만족감을 느낀다.

스타들이 악플로 겪은 고통의 역사도 함께 흘렀다. 인터넷이 확산되던 2000년대 초반 해체한 아이돌그룹 ‘HOT’ 출신 문희준(35)은 “100만 안티”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악플에 시달렸다.

최근에는 개그맨 이봉원(50)이 자신의 기사마다 꼬리표처럼 따라오는 악플에 상처를 받았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리틀 싸이’ 황민우(8)는 특정 커뮤니티의 악의적인 게시물에 시달렸고 MBC TV ‘일밤-아빠 어디가’를 통해 사랑받고 있는 윤후(7)는 ‘안티카페’가 괴롭혔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악플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했다. 온라인에 게재된 게시물에 댓글 형식으로 존재하던 악플은 SNS를 통해 스타에게 직접 닿거나, ‘증권가 정보지’ 형태로 무차별적으로 퍼져 나갔다.

그룹 ‘원더걸스’의 소희(21)와 그룹 ‘나인뮤지스’의 경리(23)가 희생양이다. 이들은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통해 의사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음담패설을 들어야 했다. 가수 아이유(20)는 ‘증권가 정보지’ 형태로 스마트폰 메신저 서비스를 통해 번진 ‘결혼설’에 상처 입었다.

연예인들은 자신과 관련된 소문에 언제나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이미지가 곧 가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악플에 대한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자칫 대중에게 냉정한 이미지를 풍길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랬던 연예계가 악플러와의 전쟁에 나서고 있다. 해당 ‘연예인들의 고충 토로’ ‘소속사의 구두 경고’에 그치던 대응 수위가 법적 대처를 포함한 강경 대응으로 선회하고 있는 양상이다.

대형 매니지먼트사 YG엔터테인먼트의 최근 대응이 대표적인 사례다. YG는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악플에 수없이 시달려왔다. 앞으로 강력하게 법적 대응을 할 계획”이라며 악플러들을 겨냥했다. 이날은 YG 소속 뮤지션의 기사를 찾아다니며 지속해서 악플을 쏟아낸 악플러 김모씨가 입건된 날이다.

김씨는 입건이 되고 나서야 반성문을 통해 “(악플을) 최초 작성했던 몇 년 전 개인적인 문제들로 스트레스가 많아 화풀이하듯 좋지 못한 내용의 댓글을 작성하게 됐다. 마치 술 담배에 중독되듯이 그 댓글 행위에 중독됐다. 재발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리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에 앞서 같은 달 24일 가수 아이유의 매니지먼트사 로엔엔터테인먼트의 제작이사인 조영철(41) PD는 트위터에 “저희 아티스트에 행해지는 악의적 악플 등 명예훼손에 대해 강력히 대처할 것”이라고 적었다. 이날은 아이유 결혼설을 최초 유포한 악플러가 검찰에 검거돼 범행을 자백한 날이기도 하다.

탤런트 이영애(42)도 26일 163명의 악플러를 경찰에 고소하며 강경 대응 의지를 알렸다. 자신이 탤런트 한채영(33)과 고부관계라는 등의 허위 소문을 퍼뜨려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그룹 ‘나인뮤지스’ 경리(23)도 성희롱성 메시지를 보내온 누리꾼을 지난 6월 검찰에 고소하며 강한 메시지를 전했다.

스타와 스타의 매니지먼트사들의 악플러에 대한 강경 대응은 ‘악플’과 ‘악플러’에 대한 대중의 인식 변화에서 힘을 얻었다. 스타들이 악플로 인해 겪는 고충과 피해가 지속적으로 알려지며 ‘장난’으로 치부되거나 변명되던 악플이 ‘재미’라는 최후의 보루도 잃은 것이다. 악플러를 심층적으로 다룬 시사 프로그램, ‘악플 반대 캠페인’도 힘을 더했다.

‘윤후 안티카페 개설’ 소식에 누리꾼들이 각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윤후 사랑해’로 뒤덮으며 대응했다는 점이 대중의 인식변화를 알리고 있다. 안티카페는 곧 비공개로 전환, 폐쇄 수순을 밟았다.

악플러들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소속사들의 강경 대응 빈도를 높이고 있다. 매니지먼트사들은 강력 대응을 시사했다가 검거된 악플러가 미성년자일 경우 선처해주는 방향을 택해왔다.

향후에도 연예계는 악플러들에 대한 강경 대응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그들에게는 장난이지만 당사자는 큰 상처를 입는다”며 “우리 입장에서도 법적 대응까지 가기에는 조심스러운 면이 있지만 회사와 소속 연예인이 입는 피해까지 감수하며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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