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합병(M&A), 전략적 제휴. 기업 세계에서나 볼 법한 용어가 연예 기획사들 사이에서도 점차 통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기획사는 SM엔터테인먼트다. ‘동방신기’를 필두로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등 한류그룹을 대거 보유한 SM은 계열사 SM C&C를 통해 연기와 예능을 아우르는 공룡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여행사 BT&I가 모태인 SM C&C는 지난해 9월 영화배우 장동건, 김하늘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에이엠이엔티를 흡수합병했다. 이후 강호동과 신동엽, 김병만, 이수근, 전현무 등 정상급 MC 또는 개그맨을 대거 영입하며 사세 확장에 나섰다. 지난 8월에는 인피니트, 넬, 테이스티 등이 소속된 울림엔터테인먼트와 합병하고 ‘울림 레이블’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SM의 음악과 차별화, 다양한 가수를 배출한다는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글로벌 음악 배급·유통 및 부가사업, SM C&C는 레이블 기능을 담당한다.

SM은 “유니버설뮤직 그룹, 워너뮤직 그룹,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등 메이저 음악회사들이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확보해 다른 레이블을 운영하듯 SM엔터테인먼트 그룹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메이저 음악그룹으로 발돋움하고자 레이블화를 추진하게 됐다”고 밝혔다.

SM은 잡지 산업에도 진출했다. 콘텐츠 전문기업 디자인하우스와 공동으로 조인트 벤처 ‘더 셀러브리티’를 설립, 셀러브리티의 라이프스타일을 담는 월간 ‘더 셀러브리티’를 15일 창간한다.

SM과 쌍벽을 이루고 있는 YG엔터테인먼트 역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월드스타 싸이와 한류그룹 ‘빅뱅’ 등을 등에 업은 YG는 지난 8월 애니메이션 회사 레드로버에 50억원 가량을 투자, 지분 3.2%를 가져왔다. 또 지난달 중국 3위 화장품 기업인 광둥환야그룹과 손잡고 홍콩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앞서 YG가 5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한 화장품 제조기업 코스온도 참여한다.

한류그룹 ‘2PM’과 수지가 주축인 ‘미쓰에이’를 매니지먼트하며 ‘3대 가요기획사’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는 여행사 인수 초읽기에 들어갔다. 소속 그룹들의 한류 콘서트를 감안,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 그러나 SM이 이미 여행사 BT&I를 인수하고 여행업에 진출한 터라, 후발주자라는 인식이 마이너스 요인이다.

이들보다 규모가 작은 기획사들은 서로 손을 잡는데 주력 중이다. 대표적인 기획사는 그룹 ‘비스트’와 ‘포미닛’, 가수 겸 배우 비를 매니지먼트하는 큐브엔터테인먼트다. 지난달 주식 9001주(50.01%)를 약 165억원에 콘텐츠 사업 지주사 IHQ에 매각, 전략 투자 제휴를 진행했다. 큐브는 매니저 출신 제작자인 홍승성 회장과 정훈탁 IHQ 회장을 중심으로 ‘큐브 IHQ 연합’을 결성, 음악업계 빅3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프로듀서 겸 작곡가 용감한형제가 이끄는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는 그룹 ‘유키스’와 임창정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NH미디어와 손을 잡고 공동 마케팅을 벌이기로 했다.
 

자체적인 다각화를 통해 다방면으로 나갈 길을 모색하는 기획사들도 있다. 에피톤 프로젝트, 캐스커, 한희정 등을 매니지먼트하며 인디계의 공룡으로 통하는 파스텔뮤직은 지난 8월 콘텐츠 마케팅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사명을 ‘파스텔’로 변경했다. 최근에는 자사 콘텐츠 기획법인 ‘미라클베리’를 통해 토크 콘서트 브랜드 ‘라이프글램’을 론칭하기도 했다. 가수 아이유와 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 가인, 그룹 ‘피에스타’ 등이 소속된 로엔엔터테인먼트는 앨범 유통에 주력하다 ‘로엔트리 레이블’과 ‘콜라보따리 레이블’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매니지먼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획사들의 사업 다각화와 제휴 등은 아이돌 한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작금의 상황에서 필연적인 선택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요업계 관계자는 “기획사들이 더 이상 신인 발굴로 인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는 것을 인식, 몸집 불리기에 한계를 느끼자 다양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기획사가 수익을 위해 기업화하는 과정에서 따라올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다만 자본력이 있는 대형 기획사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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