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가 퍼블리시티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나섰다. 초상권을 비롯해 성명과 사진, 캐릭터 등을 권한 없는 타인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막는 권리다. 연예계 산업화에 따른 현상이다. 스타들의 몸값이 웬만한 중소기업 매출 수준을 넘어서면서 기획사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하기에 이르렀다.

영화배우 장동건(41)과 배용준(41), 한류그룹 ‘소녀시대’ 등 연예인 59명은 지난 5월 포털사이트를 상대로 5억9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원고 1인 소가는 1000만원이다.

이 포털사이트는 인터넷 오픈마켓 사이트 검색창에 해당 연예인의 이름을 치면 관련 쇼핑몰이 검색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소녀시대 원피스’ 등이 예다.

연예인들은 자신의 이미지를 사용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퍼블리시티권, 인격권으로서의 성명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승낙없이 이미지를 상업적으로 이용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와 키이스트 등 기획사들이 대거 참여, 소송을 벌이고 있다.

한류그룹 ‘JYJ’는 자신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잡지를 출판한 잡지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 중이다. 매니지먼트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는 “피고 잡지사 2곳은 보도자료로 배포된 사진이나 기자회견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잡지 수십 면에 걸쳐 수십 장 이상 게재했다”면서 “잡지 한 면에 꽉 차는 A4 정도 크기로 사용하거나 잡지 별책 브로마이드로 배포했다”고 문제 삼았다. “일반적인 보도행위를 넘어서는 초상권 침해행위라고 봐 소를 제기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닮은꼴 연예인’을 알려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제작한 회사에게 최근 법원은 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19) 등 연예인 60명에게 “1인 300만원씩 총 1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회사는 2010년 사용자가 인물사진을 등록하면, 닮은꼴 연예인을 찾아주는 앱을 개발해 인기를 끌었다. 배너 광고 등으로 수익을 내다가 지난 4월 서비스를 종료했다. 수지 등은 그러나 이 회사가 퍼블리시티권, 초상권 등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가수 백지영(37)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인터넷 블로그에 지방흡입수술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쇼핑몰용 비키니 사진 4장을 동의 없이 사용한 성형외과를 상대로 초상권 소송을 냈다. 법원은 “백지영에게 4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미국 등 해외에서는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인식이 높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에 대해 인식이 낮아 연예인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관련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사례별로 판결이 달라지기도 한다. 장동건 등 연예인 16명이 백지영과 비슷한 이유를 들어 서울 강남의 안과원장 김모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는 패소했다. 재판부는 퍼블리시티권 침해를 인정하면서도 “외주업체가 사진을 게시해 병원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소송에 참여한 매니지먼트사는 “연예인에 대한 초상권 인식이 낮은 탓에 우리와 전혀 무관한 일에 결부된 것처럼 보인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면서 “거듭되는 피해에 어쩔 수 없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게 됐”고 말했다.

연예계 관계자는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연예인들의 초상권을 빈번히 침해하는 것은 결국 산업의 파이 자체를 줄이는 일”이라면서 “퍼블리시티권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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