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왜들 저러실까”라는 무의식적 말과 함께 탤런트 김아중(31)은 건너편 카페 창가에 자리한 커플을 향해 눈을 흘겼다. 앞좌석을 비워두고 나란히 앉아 거침없는 애정행각을 벌이는 남녀에게로 시선을 꽂았다. 이어 부러운 듯 한참 동안 지켜봤다.

강 건너 불구경을 마친 김아중은 “연기만 하고 연애는 안 해서 큰일이예요. 삶이 푸석푸석해질 것 같아요”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를 시작으로 ‘미녀는 괴로워’ ‘나의 PS 파트너’ 등 달달한 장르에 주로 출연해왔지만, 아직 솔로다.

작품을 통해 터득한 연애기술이면 ‘연애 고수’가 돼야 했다. 그러나 김아중은 “연애를 하고 이성을 깊이 만나는 데 오래 걸리는 것 같아요”라고 토로했다.

“직업 특성상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기회가 없어요. 또 작품에서 만나자니 저는 주로 유부남 대선배님과의 작업이 많았어요. 그렇다고 술을 잘 마시거나 좋아해서 모임에 자주 나가는 것도 아니고요. 주위에서 소개팅해준다고는 하는데 말만 하네요”라며 뾰로통한 표정이다.

결국, 올해도 사랑에 대한 갈증을 작품으로 풀었다. 탤런트 주원(26)과 호흡을 맞춘 영화 ‘캐치 미’다. 김아중은 프로파일러 주원의 첫사랑이자 전설의 대도 ‘윤진숙’을 연기했다. 연하의 남성을 상대한 첫 작품이다. “현장에서 주원이 더 사랑을 받았어요. 애교가 많고 어른들에게 싹싹하게 잘하더라고요. 반대로 저는 어른스러워진 것 같아요”라며 웃었다.

누나답게 현장에서 주원을 배려했다. “이제껏 제 감정을 설득시키고 공감을 얻었던 입장이라면 이번 영화는 화자가 ‘호태’(주원)이기 때문에 제가 자극제가 돼야 했어요. 내가 감정을 내비치거나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보다는 호태의 감정으로 저를 봐주기를 바랐죠.”
 

영화에서는 ‘호태’의 첫사랑이다. 프로파일러라는 전문직까지 등지고 자신을 보호해주는 남자를 만났지만, 막상 김아중은 무덤덤하다. “남자들의 첫사랑은 정말 그런가요? 저는 첫사랑에 대한 기억도 남아있지 않아요”라며 “저라면 호태나 진숙처럼 첫사랑을 다시 만나기 싫을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았다. “첫사랑의 판타지가 없어요. 그냥 사춘기와 맞물려서 어리바리했다는 기억만 남았죠. 대신 나의 짝을 만나면 ‘이 사람이 내 남자’라고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은 있어요”라며 부끄러워했다.

로맨틱 코미디물에 주로 출연해온만큼 이제는 편하게 연기할 법도 한데 “아직도 어렵다”는 고백이다. “익숙하기야 하죠. 하지만 긴장이 돼요. 평소 촬영할 때 생기있고 밝게 하려고 컨디션 조절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기분의 부침이 있는데 이런 작품은 늘 밝아야 하니까요. 노래도 많이 듣고 농담도 많이 하려고 하죠. 사실 작품하면서 성격이 점점 예민해지는 부분도 있거든요”라며 싱긋 웃었다.

“주위에서는 연달아 로맨틱 코미디를 하는 것에 대해 염려를 많이 하세요. 하지만 장르가 같을 뿐이지 이야기와 캐릭터는 다르거든요. 나이가 많이 들어도 계속 이런 장르의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렇다고 로맨틱 코미디 작품만 고집하는 건 아니에요. 다른 작품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려야죠.”

“2014년에는 꼭 드라마 한 편, 영화 한 편을 찍고 싶어요”라고 목표를 정했다. 매년 한 작품씩 해왔지만, 내년부터는 “많은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고 방향을 틀었다.

“제가 ‘미녀는 괴로워’를 끝내고 작품을 못했어요. 그때 공백이 길어서 제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작품을 고르느라 심사숙고한다’고 생각하셨죠. 하지만 저는 기다리는 작품이 있었어요. 결국, 제작이 무산되면서 생긴 그 시간 때문에 힘들기도 했고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스물일곱살 때 제 작품이 없는 거예요. 저 그때 굉장히 예쁘고 어리고 생기발랄했거든요. 그때 모습을 담은 작품이 없어서 아쉬웠죠.”

“나이가 드는만큼 기록되는 작품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흥행이 되든 안 되든, 연기를 잘했든 못했든 계속되는 시간이 있어야 해요. 돌아보면 그 공백이 너무 아까워요. 흥행이나 시청률은 상관없어요. 제가 만족하고 즐길 수 있는 작품이면 돼요.”

연말 목표는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는 것”이다. 또 “연애도 하고 싶어요”라며 콧소리를 냈다. “처음 연기를 시작할 때 제가 주인공인 영화에서 OST를 부르는 게 꿈이었어요. ‘미녀는 괴로워’에서 이루게 됐죠. 앞으로 10년 후 목표는 결혼한 여배우에도 불구하고 작품 활동이 왕성한 배우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하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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