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고창군 신림면의 한 오리농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농가로 진입하려는 차량을 저지하고 방역을 하고 있다.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을 말로 어찌 다 표현하겄소.”

고창에 이어 2개의 농장이 조류인플루엔자(AI)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된 부안군 줄포면 신리. 19일 이곳 농장 일대는 긴급 방역에 나선 차량들로 부산한 모습을 보였다.

농장으로 들어서는 어귀에는 ‘긴급 방역’, ‘관계자 외 출입금지’라고 적힌 안내판이 내걸려 마을 전체가 긴장감이 감돌았다.

방역초소에서는 마스크와 방역복장으로 완전 무장한 방역요원들이 출입 인원과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눈만 살짝 내놓은 방역 관계자들의 표정은 어두웠고, 주민들도 과거의 공포를 떠올리며 망연자실했다.

이곳에서 육용오리를 사육하고 있는 정모씨는 고창의 AI 소식 이후 오리들이 집단 폐사하자 지난 17일 관계당국에 AI 의심신고를 했고, 이날 오후 결국 고병원성 AI 확진 판명을 받았다.

고창에 이은 고병원성 AI 확진에 정씨는 “밤 낮으로 정성스럽게 오리를 키우면서도 힘든 줄 몰랐다. 자식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며 “잘 자라줘서 고맙고 뿌듯했는데 갑자기 날벼락을 맞고 말았다”고 말했다.

‘설마’ 하는 간절함으로 기도를 했던 마을 주민들은 고병원성 AI 판명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고 깊은 상실감에 빠졌다. 이들은 멀찌감치서 방역 상황을 바라만 볼 뿐 외출을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마을 회관에 모인 몇몇의 주민들도 서로 말을 아꼈다. 주민 박모(62·여)씨는 “방역차량이 마을을 돌아다니고 통제선까지 설치되면서 다들 밖에 나가기를 꺼려한다”며 “조용한 시골에 불안한 기운이 감싸는 통에 마을 분위기가 이상해졌다”고 토로했다.

AI 발생 농장 인근에서 닭을 키운다는 한 주민은 “고병원성 AI 판명에 불안감과 걱정되는 마음이 매우 크다. 몇 번이고 농장을 확인하는가 하면, 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온갖 정성으로 키운 오리들이 살처분되면 앞으로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말했다.

주민 이모(61)씨는 “불과 몇 년 전에도 AI가 발생해 가축농가들이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는데 또다시 고병원성 확진이라니… 제발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전북도는 거점 소독장소(81개소)와 이동통제 초소(91개소)를 170여 곳으로 확대하고, 정부의 이동제한조치에 따라 가금류와 가축류, 축산관계자와 차량을 통제하는 등 AI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은 도내 거점소독 20개소와 고창, 부안 등 살처분 지역에 교통통제 등 경력 235명을 배치했다. 육군 35사단도 지난 17일부터 재난대책반을 운용, 병력을 투입해 26개소의 이동통제초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고병원성으로 나온 만큼 신속하게 살처분과 방역 작업을 벌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황성은기자 eu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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