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안에 로또를 두 번이나 맞았어요. 사실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이명한(44) tvN 제작기획총괄국 국장은 KBS에서 함께 넘어온 후배 신원호 PD와 나영석 PD가 친 백투백 홈런에 이가 드러나도록 웃었다. "투수 중 4번타자가 많듯이 하나를 잘하는 사람이 다른 걸 더 잘할 확률이 높다"며 야구광다운 표현으로 후배들을 챙겼다.

신원호 PD의 뿌리는 예능프로그램이다.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그는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7'로 향수·복고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1년 뒤인 2013년에는 순간 최고시청률이 14.3%까지 치솟은 '응답하라 1994'로 지상파를 위협했다.

KBS 2TV '해피선데이-1박 2일'에서 스타PD로 주목받던 나영석 PD 역시 tvN으로 옮겨와 평균연령 70세 이상인 배우 이순재·신구·박근형·백일섭과 여행 짐을 꾸려 최고시청률 6.4%를 찍었다.
 

이 국장이 그들과 함께했다. 경희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BS 프로듀서로 입사, '자유선언 토요대작전-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스타 골든벨'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을 줄줄이 히트시켰다. 아직도 친정에서 방송 중인 '1박2일'로 리얼리티 예능프로그램 시대를 개막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대학교 골드스미스 칼리지에서 1년간 뮤지컬 공부를 마치고 CJ E&M 예능 PD로 자리를 잡았다.

이 국장은 "잘 닦은 '응답하라'와 '꽃할배' 브랜드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숙제"라며 고민했다. "혹자는 인지도가 생겼으니 기본 탄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응답하라 1994'가 10% 시청률을 넘어선만큼 기본 시청률 3%는 보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 전작의 동력만 가지고 가면 실패다. 그걸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첫 번째 이야기가 끝나고 '응답하라' 브랜드가 생겼다. 두 번째 시리즈로 넘어갈 때 '응답하라 1997'과 차별화된 '촌놈들의 상경기'를 장착했다. 세 번째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플러스되는 다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그게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신 PD는 소포모 징크스를 완전히 깨버렸다. 시청률, 사람들의 공감, 화제성, 다 만족하게 하는 콘텐츠를 시장에 내놓았다. 앞으로는 이 브랜드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할 때"라는 진단이다.

그러면서도 "신 PD가 워낙 잘하니까. 처음 드라마를 찍을 때 신 PD는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난 그가 잘해낼 줄 알았다"며 무한 신뢰를 드러냈다. "예능을 찍을 때도 짙은 감성이 묻어났다. 드라마의 경우 바쁜 촬영 스케줄 탓에 편집은 다른 사람이 하는데 신원호는 링거까지 맞으면서 직접 해냈다. 선곡도 손수 마쳤으니 연출자의 영혼이 훼손되지 않은 것"이라고 전했다.
 

나 PD도 마찬가지다. "'응답하라'도 그렇지만 '꽃보다 할배'도 감성적인 부분과 정서적인 부분에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건드렸다"며 "중국, 아시아에서 '꽃보다 할배'가 수출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나 PD가 이 기획안을 가져왔을 때 할아버지들을 데리고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잘될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포인트는 대중이 가지고 있는 아버지나 할아버지에 대한 연민, 그리움이었다"고 수용했다. "할아버지들이 노출되는 경로는 드라마밖에 없었다. 그분들을 예능에서 바라보는 느낌은 다르다. 분명 차별화된 콘텐츠였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이 가능한 건 나 PD의 능력"이라고 치켜세웠다. "의사전달이 가장 큰 비결이다. 선생님들에게 신뢰를 주고 따라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을 아무나 못한다. 리얼리티 상황에서 이렇게 이끌 수 있는 사람은 나 PD가 유일무이하다. 주눅 들지 않고 중압감을 견디며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것은 특화된 능력이다. 선생님들은 나이와 경력이 엄청나다. 연출자가 프로그램 진심만 잘 설득하면 편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누가 그 선을 쉽게 넘을 수 있는가?"

"결국, 진짜같은 콘텐츠의 승부"였다는 분석이다. MBC TV '일밤-진짜 사나이', SBS TV '정글의 법칙' 등 관찰 예능을 언급하며 "가수나 탤런트들이 리얼한 상황에서 본모습을 보여줬을 때 임팩트가 크다. 이승기가 '1박2일'에서 진짜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연스레 '허당'이라는 캐릭터가 생겼다. 리얼리티가 아닐 경우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판타지로 가야 한다. 진짜면 진짜, 가짜면 가짜, 예능 선이 명확해졌다. 절대 진짜인 척은 통하지 않는다."

예능을 잡식성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웃기는 게 예능의 본질이다. 하지만 예능을 기본 토대로 두고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드라마나 '꽃보다 할배'처럼 다큐멘터리 성향에 의지할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모습이 많이 요구되기도 한다"고 봤다. "많은 후배 PD들이 드라마 형식의 접근을 하고 싶어 한다. 예능 PD들이 기존 드라마 PD가 건드리지 않는 연출기법을 접목하면 다른 색깔을 낼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우리도 예능 PD들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감성이나 감각, 웃음코드 등을 새로운 콘텐츠와 혼합하는 것을 시도 중이다. 야외 리얼리티가 많은데 실내로 가져오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모든 고심은 '브랜드화'에서 비롯됐다. "콘텐츠를 만들 때 기본적으로 브랜드가 되느냐, 안 되느냐가 가장 크다. '응답하라'나 '꽃할배' 브랜드로 tvN 시청층이 확대됐다. 여기에 '지니어스' '푸른 거탑' '더 로맨틱' 'SNL' 등 마니아 프로그램이 주춧돌이 된다. 그 두 축을 함께 가지고 가는 게 tvN의 경쟁력이다. 킬러급 콘텐츠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무는 물론 숲도 그렸다.

이 PD는 "본질은 정서에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응답하라 1994'에는 촌놈의 정서가 들어갔다. '꽃할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연민, 'SNL'은 B급 정서, '지니어스'는 마니아층 공략이다. 이런 독특한 정서가 모여 브랜드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이든 감성이 들어가야 한다. 이 고민은 계속될 것 같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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