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현 정치부

이순신 장군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사즉생 생즉사’가 주는 의미는 깊다. 죽으려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 간단한 말이지만 그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깊다.

호남의 맥을 이어가는 민주당은 지금 이 시점에서 사즉생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야 한다. 정당은 정권을 잡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정권을 잡아야 당의 이념을 실현할 수 있다.

국민을 평안하게 하고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해선 정권이 필요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주당은 김대중 노무현 이후, 정권을 잡기 어려운 정치 사회적 환경에 처해 있다.

김대중 노무현이라는 걸출한 정치인이 없는 민주당으로선 국민의 신뢰를 통해 정권을 잡아야 한다. 국민의 신뢰는 집권여당과의 차별화를 통해 그리고 국민과의 약속 이행을 통해 구축되고 더욱 강해진다.

눈 앞의 이익을 위해,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을 버려서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여부에 대한 최종 입장 발표를 목전에 두고 있다.

김 대표의 선택은 두 가지다. 새누리당을 핑계로 정당 공천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국민과의 약속 그리고 안철수와의 공동 약속에 따라 공천 폐지 즉 무공천할 것인지다.

김 대표가 공천을 유지한다면 기초선거에서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둘 수 있다. 무공천을 선언한 새정치연합과의 야권 대결에서 ‘여유있게’ 우세를 점할 수 있다. 특히 기호 2번은 욕심나는 번호다.

전북의 경우에는 그 욕심이 더 클 것이다. 도내 국회의원을 포함해 다수의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공천 유지를 희망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민주당을 지탱하는 민주당원들의 거의 70%가 공천 폐지에 찬성했다.

국민 여론도 폐지 여론이 강하다. 더욱이 공천 폐지는 당의 대선 공약이다. 당원들이 폐지를 희망하고 국민들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렇다면 민주당과 김 대표의 선택은 공천 폐지가 당연한 수순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공천을 유지한다는 핑계를 댄다면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무엇이 다른가. 그리고 공천을 유지한다 해서 차기 대선에서 무엇을 얻어낼 수 있을까. 지금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 그것이 정권을 잡을 수 있는 민주당의 유일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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