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애인에게만 '배려넘쳐'

▲ 전주한옥마을이 불법주차를 막기위해 설치된 조형물과 울퉁불퉁한 바닥, 불법주차로 인도를 막고 있는 차량 등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없어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김현표기자

전주 한옥마을 전주전통술박물관 앞. 2일 오후2시께 한 장애인이 아슬아슬하게 휠체어를 끌고 가고 있다. 하지만 길이 울퉁불퉁해 손이 아픈 듯 연신 손목을 어루만지며 길을 재촉했지만, 곧 장애물에 막혀 왔던 길을 돌아와야 했다.

장애인 이모(40)씨는 “전주한옥마을을 구경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방문했지만 지금은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다”며 “길이 울퉁불퉁해 휠체어를 밀고 갈 때 손에 진동이 심하게 와서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인도를 주차된 차가 막고 있는가 하면, 돌로 된 조형물 때문에 길이 막혀서 다시 돌아와야 했다”고 말했다. 실제 전주한옥마을 모든 길은 울퉁불퉁한 돌로 바닥이 만들어져 있어 일반인들도 다니기 불편할 정도였다.

게다가 인도 자체도 중간 중간에 돌로 된 화분이나 돌 의자가 비치되어 있어서 휠체어로는 도저히 다닐 수 없는 길이 태반이었다.

이런 길은 장애인 뿐만이 아니라 아이를 태운 유모차와 힐을 신은 여성들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유모차를 끌고 가던 이모(33∙여)씨는 “한가롭게 산책을 하고 싶지만 길바닥이 울퉁불퉁해 아이가 불편해 한다”며 “왜 바닥을 이렇게 만들어놨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시 관계자는 “전주한옥마을은 전통의 멋을 살리기 위해 돌로 바닥을 만들어 놨다”며 “몇 몇 군데 장애인들이 불편하겠지만, 지금 와서 바닥 교체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박진만 전주시의원은 “한 해 500만명이 찾아오는 국내 대표적인 관광지인 전주 한옥마을이지만,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울퉁불퉁하고 인도를 점거한 시설물, 장애인 전용화장실 등 장애인 시설은 완전히 낙제점이다”며 “하지만 장애인 및 노약자들에 대한 시설을 갖추는 등의 문제는 부가적이며, 일단 그들에 대한 의식자체를 바꾸는 게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남의 일로 생각할게 아니라 우리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나도 될 수가 있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이런 배려는 우리 모두의 당연한 의무가 돼야 한다”며 “하다못해 길을 막고 있는 돌 조형물만 없애도 장애인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만 이런 작은 부분도 실천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돌 의자와 돌 화분 등은 일반인들이 편히 쉬고, 불법 주차를 막기 위해 놨다”며 “장애인들은 불편하겠지만 돌 의자나 돌 화분 등을 치울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김명수기자 kms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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