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미스코리아'를 통해 주목받고 있는 신인 배우 고성희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뉴시스 본사에서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MBC TV 드라마 ‘미스코리아’가 시작할 때만 해도 탤런트 고성희(24)는 대중의 관심 밖에 있었다. 흥행에 실패한 영화 두 편에 조연으로 출연한 게 전부인 배우에게 관심을 바라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오히려 ‘미스코리아’에서 고성희가 짧은 연기 경력에 비해 큰 역할을 맡은 것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고성희는 살아남았다. 저조한 시청률로 종방한 ‘미스코리아’는 딱 두 가지를 남겼다. 두 명의 배우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연기력 논란을 벗은 이연희가 첫 번째, 이연희 못지 않은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고성희다.

이연희는 데뷔 10년차다. 이제는 연기력 논란에서 벗어날 때다. 그렇다면 고성희는? 그녀는 지난해 데뷔했다. 최근 신인 여배우가 이렇게 주목을 받은 적은 없었다.

고성희는 밝다. 인터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축하의 말을 건넸다. 말 그대로 인사치레였다. 빤한 대답을 예상했다. ‘감사합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겠다’ 같은 말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신인 배우가 인터뷰에서 할 수 있는 말은 사실 많지 않다.

고성희와 인터뷰가 재밌어지기 시작한 것은 부담감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할 때부터다. 예상과 다르게 그녀는 “지금의 상황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부담감이나 불안함은 없어요. 전 정말 일이 잘 풀린 편이죠. 이렇게 빨리 사람들이 알아봐주니까요. 감사한 일입니다. 그건 감사한 일이지 제가 부담을 느낄 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전 이제 처음 드라마 한 편을 끝냈을 뿐인 걸요. 저는 아직 보여줘야 할 게 많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때 불안해 해도 될 것 같아요.”

고성희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미스코리아’를 마치면서 들었던 감정이다. “배우가 직업이 됐다”는 마음이다. 혹은 “배우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다. 그녀에게 ‘직업’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책임감이죠. 직업이라는 것은 1, 2년 하다가 하기 싫다고 해서 쉽게 관둘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제가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죠.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 저를 이렇게 또는 저렇게 평가했다고 해서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에 대한 비판은 귀기울여 들을 수도 있어야 하겠죠.”

‘미스코리아’에는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했다. 고성희와 가장 많은 장면에 등장한 이미숙, ‘장 선생’ 이성민, 권석장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이선균 등이다. 고성희가 이들과 함께 하면서 익힌 것은 연기만이 아니다. 그들의 프로페셔널리즘을 배웠다. 이미숙이 극본을 들고 공부한 흔적, 촬영장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이선균의 카리스마를 보면서 그녀도 직업인으로서 배우를 꿈꾸게 된 것이다.

고성희를 만나기 전 열린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이야기를 꺼냈다. 동갑인 제니퍼 로런스가 이미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이번에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며 상을 한 번 타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상 받으면 좋죠.(웃음) 하지만 제가 연기를 하면서 어떤 상도 받지 못한다 해도 괜찮아요. 제 꿈은 정말 길게, 오랫동안 배우를 하는 것이니까요.”

이제 막 연기를 시작한 고성희의 꿈은 스타가 되는 것 보다 더 높은 데 있었다. 그녀는 “한 작품을 책임 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고성희는 웃는 얼굴 저쪽으로 배우로서의 야망을 내보이고 있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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