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선행문제 출제 심각…고교 배치고사 중지해야"

전국 고등학교 10곳 중 4곳이 신입생 입학을 앞두고 시행하는 배치고사에서 고등학교 교육과정 문제를 출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강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이 같은 내용의 '169개 고등학교 수학 배치고사 분석결과'를 발표했다.

배치고사란 고등학교에서 입학 전 신입생을 대상으로 치러지는 시험으로, 영어와 수학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학 배치고사만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총 169개교(서울 73개·경기 64개·광주 29개·대구 3개)로 일반고는 112개교, 자율형사립고와 특목고는 각각 35개교, 12개교로 구성됐다.

이 결과에 따르면 전체 169개교 중 43.8%(74개교)가 수학 배치고사에서 고교 선행문제를 냈다. 학교별로는 외국어고가 전체의 58.3%(7개교)로 가장 높았다. 자율형사립고도 절반에 가까운 48.6%(17개교)가 선행문제를 출제했다.

일반고 122개교 중 선행문제를 낸 곳은 41.0%(50개교)였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53.1%로 1위였다. 뒤이어 '광주'(37.9%), '서울'(37.0%) 등의 순이었다. 대구는 조사 대상 일반고 모두가 교육청에서 제공하는 배치고사 외에는 별도의 배치고사를 치루지 않아 통계에서 제외시켰다.

고교 선행문제를 낸 74개교의 출제 비율은 '20% 미만'이 많았다. 전체의 63.5%(47개교)였다. 그러나 배치고사 문제 전체를 고교 교육과정에서 낸 학교가 7개교(9.5%)나 됐다. 선행문제 출제 비율이 '50% 이상 100% 미만'인 학교 수도 6개교(8.2%)였다.

'20% 이상 50% 미만' 비율로 낸 고교는 14곳(18.9%)이었다. 특히 문제의 반 이상을 고교 교육과정에서 출제한 학교 13곳 중 11곳이 경기도 소재 학교로 조사됐다. 배치고사를 2회 이상 본 학교 수는 46개교에 달했다.

2차까지 시험을 본 학교는 37개교, 3차까지는 9개교였다. 3차 시험을 치룬 고교 중에서 외국어고가 5개교(55.6%)로 가장 많았다. 조사 표본수가 12개교인 점을 고려할 때, 특목고 2곳 중 1곳 가량이 다수 시험을 치른 셈이다. 3차 시험을 본 자율고와 일반교는 각각 3개교(33.3%), 1개교(11.1)로 나타났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고교 신입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1회의 배치고사도 큰 부담을 갖는다"면서 "다수의 학교가 2차 이상 고교 선행문제를 출제하는 배치고사를 치르면서 선행학습을 유도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고교 배치고사를 중지하되, 신입생의 영어·수학 수준별 반 편성은 중학교 내신 성적이나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성적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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