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 연습생간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면 기획사는 사용자로서 손해배상 책임을 진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0부(부장판사 강인철)는 유명 연예기획사 소속 연습생 A(17)군이 기획사와 동료 연습생 등을 상대로 청구한 전속계약해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A군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1일 밝혔다.

연예인 지망생이던 A군은 2012년 5월 B기획사와 연예인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C군 등 같은 기획사 소속 연습생들과 함께 팀을 이뤄 가수 데뷔를 준비했다. C군은 같은해 8월19일 회사 연습실에서 A군이 같은 연습생과 사귄다는 이유로 주먹을 휘두르고 엎드려뻗쳐를 시킨 다음 발로 차는 등 폭행했다.

당시 B기획사의 사규에는 소속 연예인들의 이성 교제를 금지하는 규정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B기획사가 C군의 사용자 지위에 있는 만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전속계약서에는 기획사의 소속 연예인에 대한 일반적 지휘·감독 권한이 분명히 나타나있고 소속 연예인들도 이성 교제 금지 등 기획사가 정한 규율을 강하게 의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이어 "연습생들이 기획사가 정한 일정에 따라 출·퇴근을 하고 연습을 한 점 등을 보면 기획사는 사용자의 지위에 있고 C군이 A군을 폭행한 이상 그 사무집행 관련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B기획사가 "A군이 사규에 따라 금지되는 이성 교제를 해 이 사건 전속계약을 위반했으므로 계약금과 투자금을 내야한다"며 제기한 반소에 대해 "해당 조항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돼 무효"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전속계약서 상 손해배상 조항은 추상적이고 절차적 합리성을 갖추지 못했다"며 "또 연예인이 전속계약으로 인해 기획사에 부당하게 예속되는 상황마저 낳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C군 등 6명은 지난해 1집 앨범을 내고 가요계에 데뷔해 활동 중이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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