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영화연출, 욕심 과했나? 드라마PD의 한계 '역린'
첫 영화연출, 욕심 과했나? 드라마PD의 한계 '역린'
  • 전북중앙
  • 승인 2014.04.2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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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맛을 내는 해물탕을 손님에게 대접하고 싶었다. 1등급 재료만을 고집하느라 준비시간도 제법 걸렸다. 충실히 조리했다. 그러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하다. '더 좋은 맛'에 대한 욕심으로 넣은 조미료가 균형을 깨뜨리고 말았다.

영화 '역린'(감독 이재규)이 그렇다. '안티가 없는' 한류스타 현빈, 연기파 정재영을 비롯해 한지민 조정석 김성령 조재현 박성웅 등으로 호화 출연진을 꾸렸다.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더 킹 투 하츠'를 밀도 있게 연출한 이재규 PD의 첫 장편영화도 기대 요소였다. 여기에 제작비 120억원까지 투입됐으니 제작 단계부터 구미가 당겼다.

하지만 그뿐이다. 영화는 135분 동안 관객을 지루함으로 몰아넣는다. 과도한 욕심이 초래한 화다. 번뜩이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관객의 집중력을 잡지는 못한다. 잔가지가 너무 많아 본질을 잃었다. 지나친 플래시 백도 독에 가깝다.

영화는 정조 즉위 1년인 1777년 7월28일 밤에 일어난 '정유역변'을 모티브로 한다. 현빈은 사도세자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나이에 뒤주에 갇힌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정조'다. 왕위에 오른 다음에도 자신을 견제하는 노론세력과 정치적인 대립, 정순왕후(한지민)의 음모 속에서 위태롭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현빈은 전역 후 이 영화를 복귀작으로 택했다. 그만큼 노력했고 연기 변신은 성공에 가깝다. 첫 사극이지만 왕 답게 발성은 안정적이며 표정도 근엄하다. 말을 타고 활을 쏘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영화 '이끼' '방황하는 칼날' 등에서 소름 끼치는 연기를 선보인 정재영도 관객을 배신하지 않는다.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한 한지민은 표독스럽고, 살수 조정석은 섹시하다.

그러나 영화는 개개인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작업이 아니다. 취할 것만 취해 이 모든 사람을 하나로 묶어야 했다. 매력적인 인물들에게 사연을 잔뜩 주고 나니 캐릭터는 죽어 버렸다. 이 영화에서 아무런 작용을 하지 못하는 조정석과 정은채의 애정 라인이 대표적이다. 정재영과 조정석의 과거 사연도 지나치게 구구절절하다. 그러다 보니 캐릭터 간의 관계도 깨져버린다. 후반부 클라이맥스에서 폭발해야 할 감정이 쌓이지 않았으니 을수(조정석)와 갑수(정재영)의 감동을 주는 대사는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연기파' 김성령의 역할은 미미하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혜경궁 홍씨'에 이 배우를 캐스팅한 의도를 묻고 싶다. 살수를 길러내는 비밀 살막의 주인 '광백'을 연기한 조재현의 연기는 홀로 튀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정조와 정순황후의 긴장감 넘치는 대화는 볼거리다. 양손을 맞잡고 낮은 목소리로 서로를 위협할 때는 같이 숨죽이게 된다. 정조가 상책(정재영)의 비밀을 알고 주고받는 대사에서는 긴장감이 넘친다. 인물의 반전도 놀랍다. 극 사이사이 명장면이 숨어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손뼉을 탁 치게 만드는 장면들은 큰 그림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에 첨부된 코미디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24시간의 긴박한 사건, 인물들의 관계를 두 시간으로 압축하는 데 무리가 따랐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역린'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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