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철 31년간 공직생활 일대기 가족-사람사는 삶의 의미 가득

▲ 바람같이 왔다가 구름같이 사라지는 인생

저자 박희철씨(72)는 인생을 ‘바람같이 왔다가 구름같이 사라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저서 ‘바람같이 왔다가 구름같이 사라지는 인생’(신아출판사)은 그의 인생관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엔 박희철 선생의 인생 일대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책 앞장엔 선친 분들의 사진과 자손들의 사진까지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았다.

꼼꼼한 성격이 엿보인다.

작가는 이 책을 거창하게 소개하려 들지 않았다.

자서전이니 회고록이니 하는 엄중한 말은 내려 놓았다.

다만 가족들이 나중에라도 소소히 읽을 수 있는 수필집 같은 책이 되었으면 한다는 소망은 내려 놓지 않았다.

1965년 전주교도소에서 첫 발을 내딘 공직생활을 시작으로 진안 백운면 사무소, 무주설천우체국, 전북대학교와 군산대학교를 오가는 등 누구보다 광폭 공직 행진을 이어간 작가는 그간 31년의 공직생활의 희로애락을 책 한 권에 담아냈다.

교화되지 않은 수형자들과 함께 일하는 것에 버거움을 느꼈던 일을 통해서도 배운 점을 찾거나, 힘들고 가난한 시절 일했던 면사무소의 일도 가감 없이 적어냈다.

특히 오랫동안 몸담은 전북대학교에서의 생활은 힘든 일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사무국장이라는 사무직의 정점까지 오를 수 있게 된 데에 감사함을 담아내기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을 내려다본다.

/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움직이고 있다.

/ 무엇들을 생각하며 걷고 있을까?/(중략)/그렇다.

도는 길이다.

/ 길을 가는 거다.

목표도 없이./ 가다 보면 종점이 있겠지./ 아니야 없을거야./ 이 세상은 시작과 끝이 없는 연속이니까’ –고달픈 직장생활 中 작가의 책 속 주제들은 가족과, 직장, 그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그는 복잡하게 생각하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순함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고 싶어 했다.

이러한 성향은 작가가 믿고 따르는 불교의 영향이 큰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노력한다고 다 얻을 수 없는 인생임을 일찍이 깨닫고 흘러가는 대로 살려고 맘 먹은 작가의 의지는 결국 그의 삶을 관통해 흐르는 듯 하다.

이 책엔 작가의 시(時)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는 장이 따로 마련돼 있어 그의 글쓰기에 대한 넓은 관심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작가 본인의 글 뿐만 아니라 자녀들의 어릴 적 글들도 함께 실었다는 점이다.

이제 장성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자녀들의 학창시절 문집들을 고이 모아 책의 한 부분으로 정성스레 담은 작가의 마음은 내리사랑의 깊음을 느낄 수 있는 듯 하다.

작가는 부족한 실력으로 펜을 든 것이 조심스러웠다고 말하면서도 책을 거창한 위인들만 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하며 자신의 선택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우리의 삶이 활자화 되는 것에 지레 겁먹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한번쯤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조심스럽게 펜을 들어보는 것 또한 잘 살아온 인생에 대한 보답으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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