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폐암으로 별세한 배우 김자옥(63)은 영원한 '꽃보다 누나'였다. 항상 젊게 살며 중년 이후에도 청춘의 모습을 간직했다.

1951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양대 연극영화학과를 중퇴했다. MBC TV 공채 탤런트 2기로 연기를 시작했다. 1970년대 초 (서울중앙방송) KBS로 활동무대를 옮겨 '신부일기' 등에서 톡톡 튀는 신세대 여성의 모습을 보이며 인기를 끌었다. '심청전' '한중록'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낭창낭창한 목소리로 MBC 라디오 프로그램 '사랑의 계절'에서 내레이션을 하는 성우을 맡아 한국방송대상 성우상을 받았다.

1975년 작가 김수현의 드라마 '수선화'에 출연, 백상예술대상 TV 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면서 톱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듬해 변장호 감독의 '보통여자'로 같은 시상식 영화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도 받았다.

이후 1970년대 말부터 영화 'O양의 아파트' '영아의 고백' '지붕 위의 남자' 등 출연한 영화마다 관객들이 몰리며 '흥행 배우'로 떠올랐다. 아시아 영화제 우수배우상도 받았다.

당시 한혜숙, 김영애와 함께 브라운관을 누비며 안방극장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 가수 최백호와 결혼했으나 1983년 성격 차이로 이혼했다. 이듬해 팝 보컬 그룹 '금과 은' 보컬리스트 오승근(63)과 재혼했다.

1996년은 김자옥의 연예 인생에 전환점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가수 태진아의 권유로 가수로 데뷔하기도 했다. 당시 발표한 앨범 '공주는 외로워'는 앨범 판매량 60만 장을 넘기며 '공주 신드롬'을 일으켰다.

규수 같은 김자옥의 이미지를 극대화한 가사는 주로 청순가련한 그녀의 이미지를 코믹한 영역까지 넓히는데 크게 이바지했다. 공주 의상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며 "아름다운 내 모습/ 나조차 눈을 뗄 수 없어/ 세상 어떤 예쁜 꽃들이/ 나보다 더 고울까"라고 노래하는 그녀 모습에 젊은 층은 열광했다. 이 노래로 남녀노소에게 인기를 끄는 국민 배우로 발돋움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가수로 활동한 기간은 1년에 불과하다. 하지만 김자옥은 여러 방송에서 우울증을 극복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2008년 대장암 판정을 받고 항암치료를 받았다. 특히 수술 직후 경과가 좋다며 SBS TV 드라마 '워킹맘'에 출연하기도 했다. 당시 항암 치료를 병행했다. 이 드라마의 제작발표회 당시 "회복이 빨라요. 그간 챙기지 않았던 건강을 이제 보살펴야겠어요"라고 활짝 웃으며 말하기도 했다.

이후 건강을 되찾아 촬영장에 복귀한 뒤 전성기 못지 않은 연기 활동을 이어갔다.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을 시작으로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 등 흥행작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존재 가치를 입증했다.

최근에는 신드롬을 일으킨 나영석 PD의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출연, 윤여정 등과 함께 중년의 미모를 과시했다.

올해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2004년 마당놀이극 '제비가 기가 막혀'에 출연한 김자옥은 올해 상반기 '봄날은 간다'로 악극에 데뷔했다. 남편에게 버림받고 월남전에서 아들마저 잃은 한 많은 여인 '명자'를 맡아 뜨거운 모성애를 녹여냈다.

무대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인간애를 보여줬다. '봄날이 간다' 프레스콜 당시 열린 간담회에서 세월호 침몰 피해자를 애도하는 노란 리본을 가슴에 달고 나와 "그런데 피지도 않은 애들이 봄을 빨리 겪고 가야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공연을 한다는 것이 좀 누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했습니다"라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과거 앓았던 대장암이 폐로 전이되면서 끝내 폐암으로 별세했다. 김태욱(54) SBS 아나운서가 고인의 동생이다. 빈소는 서울강남성모병원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9일이다.

 

저작권자 © 전북중앙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