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 전북도의회 부의장

연일 어린이집 보육인들의 원성과 분노의 함성이 가득했던 도교육청과 도청 앞 광장에는 지금 고요한 적막만이 흐르고 있고, 마치 그 자리엔 보육인들의 빈자리를 채워주기라도 하듯 하늘을 가득 메운 눈이 내리고 있다.

과연 누리사업은 이 나라 대통령 공약사업이 맞은 것인가! ‘아이들만 바라보고 가겠다’는 전북교육과 보육대란 위기는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무엇보다도 저출산 문제로 심각한 우리는 언제까지 저렇게 거리에서 찬바람 맞으며 피켓 시위를 해야 하고, 아이들 보육문제로 싸워야만 한다는 것인가! 법과 현실의 문제 앞에 아이들을 볼모로 줄다리기를 거듭할 때마다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 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했다.

교육위원회는 누리사업을 위해 2015년도 예산안 심사 중 세입.세출 예산 800여억원을 삭감해 지속적으로 수정예산 편성을 요구 했지만 단호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김승환 교육감의 강경 입장에 부딪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상황 이였다.

이렇게 보육대란이 우려 됐던 전북 누리사업이 지난 12일 도의회 예결산특별위의 최종 심사과정인 계수조정을 앞둔 시점에서 김승환 교육감과 김광수 도의회의장, 양용모 교육위원장과 김종철 예결위원장 그리고 보육인 대표가 긴급회동을 통해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냈다.

정부가 전북교육청에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3개월분(200여억원)을 현실적으로 심각하게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집의 상황을 반영해 2015년 본예산안의 수정예산안을 편성하여 계상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초유의 어린이집 집단 휴업사태를 우선 막는 안전장치를 했다는 점에서 당장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당초 2015년도 전북도교육청이 편성해야 할 누리과정 예산은 총 1,453억으로 이중 어린이집 817억, 유치원 636억원에 달하이지만, 만약 무상보육 확대차원에서 어린이집에 다니는 3~5세의 유아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예산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1600여 어린이집은 휴업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과 2만 3900여 명의 유아 보육료 부담은 고스란히 부모들에게 떠넘겨지게 되며, 이중 10%는 저소득층 가정으로 맞벌이 부부가 많다는 점에서 “고래싸움에 세우 등 터지듯” 정부와 도교육청의 줄다리기에 애꿎은 아이들만 피해를 보는 사태를 맞이할 뻔 했다.

그동안 김승환 교육감은 “국고지원과 관련법 개정으로 근본적인 정부의 대안 없이는 절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편성하지 않겠다”는 강경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정부가 전북교육청에 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 3개월분을 2015년 본예산안의 수정예산안을 편성하여 계상하기로 한 것은 김승환 교육감이 누리예산의 원칙과 어린이집현실의 두 마리 토끼를 함께 몰고 가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는 법과 원칙에 의한 근본대책이 아닌 현실문제에 대한 응급조치 성격의 처방이라는 점에서 3개월 후 정부의 입장변화 여하에 따라 누리사업 보육대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누리사업 예산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2012년부터 국고,지방비,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으로 충당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부터 재원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넘김으로써 교육 재정의 악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은 대통령의 공약 정책인 만큼 국가재정으로 지원해야 하며, 빚을 내서 예산을 편성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법률에 어긋나기 때문에 따를 수 없다”는 강한 반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연한 주장이라고 생각한다.

누리사업이 대통령 공약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처음부터 정부는 재원부담 책임을 떠넘기는데 급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국민 불안과 시.도교육감의 반발을 자초하는 것 자체가 정권의 무능과 정치부재를 반증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한 나라의 아이들이 정부의 무책임과 정치부재 그리고 법의 상충(영유아보육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인하여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인권의 차별이며, 이는 또한 아이들에게 주어질 공정한 교육의 기회를 침해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 이상 대한민국의 아이들로 태어난 것이 불행이라 여기지 않게 하고, 예상치 못한 어린이집 휴업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미 우리는 지방교육재정 악화가 심각한 상황에 있는 만큼 교육청에 복지의 부담을 떠넘길 것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서 교육재정을 늘릴 방안과 함께 누리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법 개정과 재정지원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누리사업은 다급한 발등의 불은 끄듯이 해야 할 사업이 결코 아닌 것이다.

누리과정 정책은 여성의 자아실현 및 잠재력 활용과 출산 장려라는 국가적 차원의 목표를 내걸고 있다.

이것만 보아도 중앙정부가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더 이상 국가의 미래를 위한 누리사업이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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