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동물원 평가 보고서 최혁준군 9개 동물원 파헤쳐

전주동물원은 개원 40년이 지났음에도 개원 당시와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

공영 동물원임에도 불구하고 먹이고 만져볼 수 있는 자유도는 거의 사설 체험장 수준이다.

2008년 수사자가 암호랑이를 물어 죽인 사건 이후 차단장치와 울타리를 강화하는 등 안전시설을 보강했다.

하지만 이후 동물시설의 큰 개선은 없었다.

2014년 8월 전주시는 2020년까지 400억원을 들여 전주동물원을 전면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동물원에서 경험했듯이 지방 동물원의 개선공사 계획은 무산되기 일쑤다.

개원 이래 처음 맞는 대규모 개선국면이니 계획대로 이행되길 바란다‘전국 9개 동물원을 직접 돌아보며 고등학생의 시선으로 정리한 ‘고등학생의 국내 동물원 평가보고서’(책공장더불어)가 발간됐다.

어린 시절부터 동물을 좋아했던 저자 최혁준(청주 세광고)은 이구아나, 육지거북, 왕관앵무를 직접 기르며 파충류와 조류를 이해해 왔다.

그가 동물원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은 초등학교 5학년 유럽여행 때다.

저자는 네덜란드 아른험에 있는 뷔르거 동물원을 방문한 후 기존에 가지고 있는 동물원의 이미지가 산산이 부서짐을 느꼈다.

시선이 예민한 동물 우리는 관람창을 작게 내고, 내부는 초목이 우거져 동물을 배려했다.

기후가 많이 다른 곳에 서식하는 동물은 원서식지 환경을 재현해 자연과 동일한 공간을 제공했다.

관람객 위주가 아닌 동물을 위한 배려공간이 동물원인 셈이다.

뷔르거 동물원이 동물원이라면 우리나라엔 동물원이 없는 셈이다.

전주 출생으로 어린 시절 전주동물원을 자주 찾았다는 저자는 유럽여행을 계기로 동물원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겪었다.

학업 대신 틈틈이 블로그를 통해 국내 주요 동물원을 비교평가하는 데 몰두했다.

고3 내내 남들과 다른 길을 가는 아들에 대한 부모의 걱정에 입시 실패로 면목도 없었지만 동물원평가에 대한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가 던진 화두는 ‘한국 동물원은 현대 동물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다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1년 넘게 공부를 시작했고, 자료수집을 위해 헌책방을 샅샅이 뒤졌다.

객관성과 전문성이 부족할 지 모르지만 나름 평가기준을 만들어 대한민국 9개 동물원에 대한 평가를 진행했다.

저자는 “동물원의 주체인 동물과 또 다른 주체인 관람객 시선에서 이 책을 쓰게 됐다.

고등학생 신분으로 전문가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동물원을 평가하는 데 나름 자격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내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계속 공부를 할 수 있게끔 도와 준 동물원의 동물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부디 이 책이 보답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중3때인 2011년부터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을 주제로 블로그를 운영한 저자는 동물에 대한 정보제공과 이들에 대한 바른 인식형성에 노력하고 있다.

이 책과 블로그 활동 등을 모아 대학수시에 지원했으나 모두 1차 서류전형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자체적으로 국내 주요 동물원 평가를 진행했고 그 결과물을 책으로 냈지만 아직 학위를 가진 진짜 전문가로 거듭나는 데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석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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