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무라 나오미의 북극횡단기 치열한 삶 속에 잊혀진 꿈을 찾다

▲ 안나여 제게 코츠뷰의 불빛이다

중학교 3학년 때로 기억된다.

우연히 접한 책 한 권이 어린 마음을 사로잡았다.

단순한 일기로 여기며 읽었던 책이 결국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말았다.

일본의 유명한 탐험가 우에무라 나오미의 북극횡단기 ‘안나여 저게 코츠뷰의 불빛이다’에 관한 글이다.

저자는 1974년 썰매개 12마리와 함께 1년 2개월 동안 북극권 1만2,000km를 홀로 횡단했다.

책은 저자가 출발한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일기형식으로 그 날 그 날 일어났던 일을 꼼꼼하게 적고 있다.

책 제목의 안나는 썰매개의 리더를 일컫고 코츠뷰는 마지막 목적지인 조그마한 시골도시 이름이다.

저자는 횡단 도중 개들이 도망가 홀로 남겨진 적도 있고, 영하 50도가 넘는 추위에서 오직 자신의 온기로 버텼다.

살을 에는 칼바람에 얼굴과 손발이 동상에 걸렸지만 그는 두 번의 생일을 차가운 북극에서 개들과 함께 보냈다.

저자의 글은 대단히 잘 쓴 글이 아니다.

환상을 불러 일으킬 만큼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도 않다.

담담하게 자신이 느낀 느낌을 소박하게 때론 서늘한 느낌이 들 정도로 담백하다.

때문에 글을 읽을 때마다 그가 걸었던 길을 함께 동행 한 느낌마저 든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궁금증은 매우 간단하다.

왜 힘든 길을 가는 걸까?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사람들은 누구나 서로 다른 꿈을 먹고 산다.

허황된 꿈이든 지극히 현실적인 것이든 문제될 게 없다.

저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북극을 택한 것이다.

저자에게 있어 ‘코츠뷰의 불빛’은 자신이 달성하고자 한 꿈의 결과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또 다른 꿈을 꾼다.

코츠뷰에 도착한 저자는 안나에게 휴식을 명하지만 자신은 다음 길을 위해 나침반을 손에 쥔다.

또 다른 도전을 위해서다.

그렇다.

이 책은 도전 앞에 머뭇거리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모험심과 도전정신을 반드시 에베레스트나 북극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 일상 생활 자체가 도전이다.

우리는 ‘코츠뷰의 불빛’을 발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가? 막연히 안된다는 생각으로 포기한 적이 없었는가? 치열하게 아등바등 살아가는 우리네 삶에서 우리가 이루고자 한 꿈이 진정 무엇인가 다시금 되새기게 만든다.

책은 불행히도 절판이 돼 한동안 구할 수 없었다.

인터넷 헌 책방과 전국 도서관을 다 뒤지기도 했다.

다행스럽게 재발간이 돼 내 품이 다시 들어왔으니 나의 소박한 꿈 하나는 이룬 셈이다.

이제 또 다른 꿈을 만나러 떠나보자. 인생의 나침반을 들고서.

/이현숙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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