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수 전라북도 경제산업국장

“벼 포기는 아끼면서, (후렴) 풀포기만 알뜰하게, (후렴) 힘이 들면 쉬어가며, (후렴) 허리 펴며 뜯어보세. (후렴) 이 농사를 잘지어서, (후렴) 앞 노적과 뒷노적에 (후렴), 가득가득 채워놓고 (후렴), ...”

김매기 농요의 한 구절이다.

구전되는 농요의 주요 소재는 논갈이, 써레질, 추수, 타작 등으로 농사짓기의 고단함이 곳곳에서 베어난다.

농업이 힘든 것은 과거나 현재, 미래에도 변함이 없을 듯하다.

그러나, 인력에 의존하던 농업은 소, 농기계를 거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해왔다.

역사적으로 고구려는 2∼3세기부터, 신라는 502년 지증왕 때 소를 이용한 우경(牛耕)을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농가의 재산목록 1호인 소를 팔아 자녀를 대학을 보냈다 해서 우골탑(牛骨塔)이라는 말도 생겼다.

이후 동력기계의 발달로 소가 논·밭을 가는 모습은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고, 지금은 트랙터와 경운기 등 농기계가 우리 농촌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었다.

인력-우경-농기계,,, 다음은? 농업용 로봇이다.

농업로봇은 인간과 기계가 하던 제초, 방제, 수확 등의 농삿일을 스스로 판단하여 처리할 수 있는 기계장치를 말한다.

어린 시절 보았던 공상과학 만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던 로봇이 더 이상 신기할 것 없는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청소로봇은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고, 의료용 로봇, 군사로봇이 개발되어 널리 쓰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농업로봇의 발전은 타 분야에 비해 더딘 것이 사실이다.

농업로봇은 공장처럼 표준화된 환경이 아닌 다양하고 척박한 환경에 적합한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며, 고가의 로봇을 구매할 여력이 있는 농가가 많지 않다는 이유를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농업용 로봇이다.

각 국과의 FTA 체결, 농촌의 고령화와 맞물려 새롭게 늘어가는 귀농인구, 건강에 대한 관심으로 친환경·기능성 작물에 대한 수요는 로봇에 대한 새로운 시장을 예견하고 있다.

민선 6기들어 전라북도는 농생명과 탄소 그리고 관광을 미래 먹거리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그중 농생명산업분야에서 농업용 로봇을 미래 성장 동력 산업으로 특화·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농업용 로봇산업을 위한 전북의 여건은 상당히 좋다.

먼저, 농업로봇 전단계인 농기계산업에 있어서 LS엠트론, 동양물산 등을 위시한 전북 농기계기업 매출은 전국 생산량의 38%, 수출량은 46%를 차지하고 있다.

둘째, 기술개발 인프라와 전문인력을 구비하고 있다.

김제 지평선산단내 ‘농기계종합기술지원센터’는 전국유일 농기계 연구기관으로 기술개발과 기업의 시험·분석·인증을 책임지고 있다.

올해 혁신도시에 이전한 농진청·농업과학원 등 정부기관은 전북 기업에게 정책적·기술적으로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이다.

셋째, 기술개발·보급 경험을 갖고 있다.

그간 대학중심 농업로봇 기술개발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파프리카 온실관리로봇, 화훼시설 방제로봇을 개발하여 관련 시설과 기업에 보급하여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여건을 십분활용하여 도에서는 전북의 농업용로봇 발전방안을 수립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도-정부(농업과학원, 산업부 등)-유관기관(전북TP등)-대학-기업간 협력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새해부터는 정부 R&D 사업을 통한 로봇개발과 테스트베드구축, 보급사업 등 기술사업화를 통한 농기계산업과 지능형 로봇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농업을 점진적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벼포기는 아끼면서 풀포기만 가려서 뽑아내는 제초로봇, 색깔곱고 달콤한 딸기·블루베리만 골라서 따주는 수확로봇, 농약중독 걱정 없도록 알아서 뿌려주는 방제 로봇 등을 상상해보자. 로봇이 농촌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생활의 여유와 경제적 여유를 동시에 가져다 줄 수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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