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록위 세월호 참사 240일간의 유가족육성기록
따뜻한 봄날, 책상을 탈출해 친구들과 깔깔대며 귤 향기 나는 제주에서 마음껏 뛰어 놀고 금요일에 돌아온다던 아이들이 240일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미스터리 소설의 한 구절이 아니다.
지난해 전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한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들의 이야기다.
그간 침묵과 울음으로만 비참한 현실을 마주했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육성기록을 담은 책이 나왔다.
‘금요일에 돌아오렴’(창비)은 240일간의 세월호 유가족들의 생생한 육성기록을 담아냈다.
남겨진 가족들이 닿을 수 없는 금요일을 향해 외치는 듯한 내용들은 책장을 읽어내려가기가 힘들 정도로 사실적이고 따뜻하며 서글펐다.
416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12명과 책 표지와 삽화 등을 그려준 만화가 8명이 함께 펴낸 책은 지난해 4월 16일 사고가 있었던 그날부터 그 해 12월까지 단원고 희생학생 유가족들과 동고동락하며 나눈 이야기들을 책에 싣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간 언론에서도 다루지 못했던 유가족들의 애타는 마음, 힘 없는 개인이 느끼는 국가에 대한 격정적인 분노와 무력감, 사건 이후 대다수 가족들이 시달리고 있는 극심한 트라우마 등을 생생하게 전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시간이 지나도 더욱 또렷해지는 기억들과 싸워나가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는 전대미문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자료로서의 가치를 넘어서 기록문학으로서의 가치도 엿볼 수 있다.
한 사회의 구성원이자 한명의 인간으로서 세월호 참사를 어떻게 겪어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인권운동가, 작가, 대학원생 등이 모여서 구성된 작가기록단은 글로써 참사의 증거를 남기고, 흩어지는 고통을 사회적 기억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며, 안산, 국회, 청운동, 광화문, 팽목항 등을 돌아다니며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듣고 기록했다.
어느 하나 안타까운 사연 없는 사람들은 없지만 이 책에 실린 열세명의 부모님들의 이야기는 안타까움을 넘어 삶의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아빠, 이 다음에 내가 아빠 비행기 태워줄게”했어. 그 말 많이 하잖아.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 200번(시신 수습 순서) 전까지는 엠뷸런스 타고 올라왔을 거야. 그 뒤부터는 훼손이 많이 되서 바로바로 올라가야 하니까 헬리콥터를 타고 간거야.(중략) 미지를 찾아서 헬리콥터를 딱 탔는데, 아유 이자식이 죽으면서까지 비행기를 태워주는구나, 그러면 안되는데 그렇게 연관이 되더라고. 헬리콥터로 올라오는 동안 내내 관 옆에서 울었어.’ –유미지 학생의 아버지 유해종씨의 육성기록 中 분명 고통스러울 만큼 아프지만, 읽어낼 가치 또한 충분하다.
왜냐하면, 읽혀지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이고 읽혀지고 기억되는 일이 이 책의 존재가치이기 때문이다.
아직 끝난 건 아무것도 없다.
다시 힘을 내 시작해야 한다.
그 힘의 첫 발자국이 이 책을 선택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길 바라볼 뿐이다.
책의 수익금 전액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기리고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공익활동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가격 1만2000원.
/홍민희기자 hm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