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태 논설위원

수도권 규제완화 고삐를 푸는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를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수도권 규제완화를 언급한 이후 경제부총리와 지역발전위원회 위원장까지 수도권 규제완화의 필요성을 옹호하고 나서는 등 규제완화에 총력전이다.

수도권 규제로 인해 기업투자가 해외유출로 이어지고 있으니 수도권이라도 투자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런 주장에 근거하여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수도권에 적용되던 공장총량제를 이미 완화하였고 산업공단 내 공장 신·증설도 자유롭게 허용했다.

여기에 그동안 정부가 애써 외면해왔던 수도권정비계획법마저도 규제개혁차원에서 폐기하자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이런 분위기탓인지 최근 굴지의 대기업들이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수도 한 복판에 천문학적 규모의 랜드마크형 시설들을 건립하고 있는 상황은 규제완화에 따른 수도권으로의 집중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실제 대기업으로의 납품에 의존하는 제조업체의 수가 지역에서 더 많이 증가한 것을 제외하고, 고급노동력을 중심으로 한 인구집중은 물론 경제활동과 자본의 수도권 집중이 더욱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공장입지뿐만 아니라 대학, 금융, 공공시설에 대한 수도권 규제완화 내용이 확대되고 있고, 이는 2015년도 대통령 시정연설에서 더욱 명백해진 것이다.

시정연설에서 '경제'를 수없이 언급하며 경제활성화에 모두걸기를 이해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발전단계에 있는 지역의 입장에서 중소기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장은 수십 배 고민하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수도권 규제완화가 진행되면서 지역의 위기는 눈앞에 현실화되고 있는것이다.

수도권 규제완화는 과거 소위 압축성장의 논리와 실제로 회귀하는 느낌이다.

단기적이고 가시적 능률을 위해서는 분권보다는 집권이, 자치보다는 관치가 그리고 민주적이기보다는 권위주의적 정치행정문화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이고 종합적 시각으로 되짚어보면 지나친 능률관은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던 로마제국마저도 한쪽으로 치우친 수도의 역할이 국운을 다하게 된 이유 중 하나로 드러난 것이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수도권 규제완화의 목적은 안전궤도에 올라와 있는 경제성장을 국가전체의 발전으로 업그레이드 하자는 것으로 요약된다.

수도권 중심의 압축성장을 통해 근대화의 파고를 넘은 나름의 의의를 지니고 있지만, 그로부터 파생된 국토의 불균형 성장의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장기간의 노력과 투자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그 해결을 위한 시도가 공공부문에서부터 시작되었고, 수년간의 정치적 논쟁을 거쳐 어렵사리 진행된 세종특별자치시 탄생과 정부부처의 이전, 그리고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국책기관의 이전과 기업도시 육성 등이 그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역에 소재한 향토기업과 새롭게 지역으로 이전한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 인력문제이고, 이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또한 다를 바 없다.

사정이 이럴진대 단기적 시각의 경제적 능률성에 집착해 규제완화가 진행된다면 지난 10여년간 공공부문부터 애써 시도한 균형발전정책과 프로그램들조차 희석시키는 우를 범하게 되고, 이는 현재의 어려움을 일시적으로 타개하는 이른바,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의 임시방편적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잘 사는 자식에게 부양을 받는 부모가 형편이 어려운 자식들에게 가난을 겨우 면할 만큼 도와주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고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격으로 근본적 문제해결이 될 수 없다.

어렵게 사는 자식이 일자리를 찾고 돈벌이를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격려해 주며, 점차 자식들 모두가 넉넉한 살림을 꾸려나갈 때 부모는 물론 가족 전체가 행복해질 것이다.

경제성장이 수도권에 집중한 대기업을 중심으로 단기적으로 가속화 되는 것에 안도할 것인가, 아니면 장기적이고 종합적 성과 속에 국가전체 발전을 위한 전략적 계획을 설계할 것인가, 다시 한 번 심각하게 고민하고 처방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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