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송 희
여전히 보숭보숭한 할머니
지팡이처럼 굽어서도
피어나는 할머니
놀랍다
산등성이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목을 쑥 빼밀고
굽은 등을 쭈욱 펴고
풀쩍 나는 것을 보았다
막판에 키가 몇 뼘인가 올라섰다
모양새 따윈 망가져도 좋아
그저 숙이고 굽실거렸던
주름의 힘,
쫘악 펴진 우산살 웃음이
햇빛의 손바닥을 쳤다.
시작노트 : 곱고 귀하게 늙어가는 건 큰 복이다. 할미꽃이 그렇다. 아무데서나 보기 힘든 꽃, 귀품이 넘친다. 비록 작고 허리는 굽었어도 새끼와 관계가 있을 땐 목을 쭈욱 빼밀고 키가 돋는다. 막판에도 찌그러지지 않고 넓게 피어난다. 환하게 핀 주름이 분칠한 듯 곱다. 햇빛을 닮았다. 잘 살아서 그렇다. 부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