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립극단 정기공연 ‘허삼관 매혈기’ 시연을 보니전주시립극단 정기공연 ‘허삼관 매혈기’ 시연을 보니 -탑, 사진 있어요   전주시립극단(상임연출 홍석찬)이 올해로 30주년을 맞아 ‘삶과 시대’라는 주제로 대표 기획공연 3편을 기획, 발표했다.

그 중 봄 정기공연인 ‘허삼관 매혈기’는 오는 13일과 14일 덕진예술회관 공연장에서 관객들을 맞이할 예정이다.

시립극단은 지난 10일 열린 시연회를 통해 연극 ‘허삼관 매혈기’를 두 시간에 걸쳐 선보였다.

중국의 대표 작가 ‘위화’의 동명소설인 ‘허삼관 매혈기’를 각색한 이번 연극은 ‘매혈’(피를 파는 일)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소재가 주는 일반적인 관점을 뛰어넘어 유머스럽게 풀어내려 했다.

연극의 줄거리는 이렇다.

생사(生絲) 공장에서 누에고치 납품일을 하는 노동자 허삼관은 우연찮게 시작한 매혈을 통해 짭짤한 수입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는 매혈로 벌어들인 돈으로 결혼도 하게 된다.

삶의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매혈로써 문제를 해결할 만큼 매혈은 그의 삶 자체가 됐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간절하고 절박한 의미를 매혈행위를 통해 찾게 되는데 그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책임이 깊어지는 것과도 깊은 관계를 맺는다.

삼형제 중 가장 예뻐했던 큰아들이 사실은 자기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순간 상처받고 돌변한 그는 아이를 매몰차게 밀어내고 아내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그들을 이해한다.

아픈 아이를 위해 강물 여덟 사발을 마셔가며 매혈 여로를 이어가는 그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그의 삶의 이유 자체였던 매혈이 나이가 들어가며 불가능해지자 좌절하지만 그의 곁에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은 목숨처럼 지키고자 했던 자식들이 아닌 평생 곁을 지켜준 아내였다.

머리위에 흰 눈이 내린 노부부는 서로를 도닥이며 데운 황주와 돼지간볶음을 잔뜩 시켜놓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중국현대사의 큰 굴곡을 이뤘던 국공합작과 문화대혁명이라는 거센 물결을 이겨낸 주인공의 이야기인 만큼 언뜻 보면 최근 폭발적인 흥행을 이룬 영화 ‘국제시장’의 중국판을 보는 듯 하다.

15년 만에 시립극단으로 귀향한 안상철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 대해 “인간이 잃지 말아야 할 휴머니즘을 다룬 작품을 선호하는데 이번 작품 역시 그러한 맥락에 따른다”며 “원작에 충실 하려 노력한 만큼 관심 있게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공연은 원작과 매우 흡사한 흐름을 타고 있었다.

심지어 대사 속 중국 속담까지 원작과 닮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아쉬운 부분이 보인다.

맥락상 이해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지나치게 생소한 대사들은 갸우뚱 하게 만들었다.

또한 ‘영웅 같지 않은 영웅’ 허삼관의 고뇌하는 모습을 해학적으로 다루는 데엔 성공했지만 급격한 이야기 전개와 이해할 수 없는 허삼관의 감정 기복은 보는 내내 의구심을 자아냈다.

또한 8세 이상 관람 가능한 청소년관람가에 맞지 않는 직설적인 대사들은 불편함마저 남겼다.

이에 대해 안 연출가는 “그런 모습들이 가장 솔직한 서민들의 모습 그 자체로 보였기에 미화하지 않았다”며 “원작을 충실하게 옮기는 과정에서 빚어진 시각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명작소설을 주된 내용으로 다룬 공연인 만큼 원작에 누가 되지 않는 시도들은 당연히 가능하다고 본다.

하지만 완벽한 고증에만 갇힌 나머지 관객들의 이해를 돕지 않는다면 아쉬움만 남기는 공연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시민과 가까이 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전주시립극단의 올해 첫 정기공연인 ‘허삼관 매혈기’가 이러한 과제를 극복하고 관객들에게 찬사를 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민희기자 h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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